윤성여 보상금 20억~40억? 쏠린 관심에 그가 한 대답

입력 2020-12-17 17:24 수정 2020-12-17 17:37
뉴시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17일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그가 받게 될 보상금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세월과 고초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수사 오류가 인정된 만큼 최대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먼저 윤씨가 청구할 수 있는 것은 형사보상금이다. 수감 이후 무죄가 확정됐을 경우 국가가 수감 기간에 대한 피해를 일정 부분 보상해주는 제도다. 현행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하루 기준 보상금 액수에 구금 일수를 곱해 책정한다.

하루 보상금은 무죄가 확정된 연도의 최저 일급(8시간 근무 기존)의 최대 5배까지 가능하다. 올해 최저시급인 8590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최대 34만3600원이된다. 윤씨가 억울하게 복역한 기간은 무려 19년 6개월로 7100일 남짓이다. 이를 산재보상 산정 월평균 가동 일수인 월 22일로 추산하면 윤씨는 최대 17억6000여만원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예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이 있다. 당시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한 최모(당시 16세)씨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8억4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었다.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도 윤씨는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고문 등을 당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실책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점이 판명됐기 때문에 형사보상금 규모에 준하는 액수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형사보상금과 이자 등을 계산하면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40억원의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 보상 문제에 관한 윤씨의 의사는 드러난 바 없다. 이날 무죄 판결 후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생각해본 적 없다. 살면서 생각해 보겠다. 보상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9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윤씨는 “100억원, 1000억원을 준다 한들 내 인생과 바꿀 수 있겠느냐”며 “만약 ‘20억원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을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나. 보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싫다”고 말한 적 있다.

윤씨는 그저 “30년 만에 무죄를 받아 속이 후련하고 저 같은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는 공정한 재판만 이뤄지는 게 바람”이라며 웃었다.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판 전 박준영 변호사가 윤성여 씨에게 귀엣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한 집에서 13세 여아가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자백해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후 윤씨가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고 지난달 2일에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의 신문도 진행됐다. 그리고 이날 수원지법 제12형사부(박정제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윤씨는 억울한 누명을 완전히 벗게 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