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면 튀어나와? 소녀상 철거가 ‘두더지 게임’이라는 日

입력 2020-12-17 17:12 수정 2020-12-17 17:49
베를린 미테구 모아비트 지역 어린이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실패한 가운데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소녀상 철거를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17일 일본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열린 집권 자민당 외교부회 등 회의에서 우파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최근 베를린시 미테구(區)에 설치된 소녀상 설치 기한이 연장된 것과 관련해 외무성 대응이 허술했다는 불만이었다. 한 의원은 “이것은 역사전(戰)이다. 깨끗한 싸움만 해서는 안 된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대응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카소네 히로후미 전 외무상은 소녀상 철거를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하면서 일본 정부가 동상이 설치되기 전에 미리 막지 못한 점을 질타했다.

앞서 미테구는 일본의 집요한 요구와 로비에 지난 10월 7일 소녀상 철거를 명령했지만,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 명령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고 결국 보류됐다. 이후 미테구 의회도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적으로 보존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당장 스가 요시히데 정부는 “일본 정부의 입장 및 그간의 대응과 양립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지만, 철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민당 의원들은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국제 로비에 실패하자 한국에 대한 불만도 다른 방향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 자민당 의원은 “위안부나 역사 인식에서 문제 발언을 반복한 인물에 일본 정부가 아그레망(타국의 외교 사절 임명에 대한 임명국의 동의)을 내줘도 되느냐”며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내정자를 겨냥했다. 강 내정자가 2011년 러·일 간 영토분쟁 지역인 북방영토를 찾았던 사실과 일본 천황을 일왕이라고 부르자고 한 발언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자민당에 발맞춰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 입장을 완강하게 유지 중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자민당 관련 회의에서 여러 지적을 받았다. 지적을 수용하면서 (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위해 나서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에 이른 것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로서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생각이나 그간의 대응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대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미테구 모아비트 지역 한 어린이가 평화의 소녀상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