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6조원’ 베이조스 전부인이 기부하는 법

입력 2020-12-17 17:08 수정 2020-12-17 18:27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 매킨지 스콧이 지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에서 열린 베니티페어 파티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산타의 선물처럼 여기저기서 기부가 쏟아진다. 세계의 부호들은 자신의 출신 학교 등에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기부하고 엘리트 교육에 힘써달라고 말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인 매켄지 스콧도 거액 기부자로 유명하다. 스콧은 최근 4개월 동안 384개 기관에 42억달러(약 4조5864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스콧의 기부는 기존의 백만장자들이 해왔던 방식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최근 기부액 중 일부는 대학들로 갔는데, 이 대학들은 아이비리그나 엘리트 사립대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콧은 흑인, 원주민, 여성들이 많이 진학하는 종합대학과 기술대학 10여곳에 거액을 기부했다.

전통적으로 흑인들이 많이 진학하는 텍사스주 프레리뷰 소재의 프레리뷰 A&M 대학 루스 시몬스 총장은 스콧의 기부에 대해 “깜짝 놀랐다”면서 “액수를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고, 내게 전화한 사람은 그 액수를 몇 번이나 다시 말해야 했다”고 NYT에 말했다. 5000만달러는 이 대학이 지금까지 받은 기부금 중 가장 큰 액수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많이 다니는 뉴욕주 ‘맨해튼 커뮤니티 칼리지(BMCC)’도 스콧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받았다. 이 대학 토니 먼로 총장은 “기증자가 누군지, 기부액이 얼마인지 듣고 나서 말 그대로 울기 시작했다”고 감격을 전했다.

대학기금 조성 단체인 ‘기브캠퍼스’의 케스트렐 린더 대표는 “아주 놀라운 점은 이런 거액의 기부를 받는 대학 중 대부분은 스콧과 개인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은 대학에 기금을 주면서 사용처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다. 시몬스 총장은 기부금의 일부로 코로나19에 걸린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앞서 스콧은 “코로나19 이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빈민층과 유색인종, 여성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자문단과 함께 지원 단체를 선정했다”고 기부에 대해 설명했다.

스콧은 지난 7월에도 성평등과 공중보건, 환경보호 등을 위해 활동하는 116개 단체에 17억달러를 기부했다. 올해 기부액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스콧은 지난해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이혼합의금으로 베이조스 보유 아마존 주식의 4분의 1을 받아 단번에 세계적인 부호가 됐다. 스콧이 당시 받은 아마존 주식은 전체 지분의 4%으로, 당시 기준으로 350억달러어치에 달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아마존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그녀의 현 재산은 이번에 내놓은 기부금을 제외하고도 56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부자 순위로 20위다.

스콧은 지난해 워런 버핏과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2010년 설립한 자선단체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기부를 약속했으며 지난 7월에는 정책연구소(IPS)로부터 ‘기부의 모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