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 무효?…‘집값 풍향계’ 강남 집값 또 고개 들었다

입력 2020-12-17 16:56
한 시민이 지난달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지나고 있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시작되면서 한동안 진정됐던 매매가격 상승세가 곳곳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최현규 기자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던 강남 3구 집값이 지난 7월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다. 내년에도 집값이 상승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을 겨눴던 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강남 집값은 진정되지 않고 풍선효과만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집값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송파구는 매매가격 변동률은 0.08%로 지난 7월 13일(0.13%)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서초구는 0.06%를 기록해 지난 7월 20일(0.06%) 이래 가장 높았다. 강남구도 0.06%를 기록해 역시 7월 20일(0.06%)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강남 3구의 매매가격은 지난 7월 초가 정점이었디. 7월 6일 기준으로 강남구(0.12%), 서초구(0.10%), 송파구(0.18%)를 기록했다. 6·17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패닉바잉’이 전국을 휩쓸었던 시기다. 강남 3구는 이후 규제의 영향이 본격화하며 5개월간 –0.10%~0.1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해왔다.

서울 외곽 풍선효과와 전세난이 강남 3구 매매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노도강’, ‘금관구’ 가격 상승 폭이 클 동안 강남 3구는 조용한 편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곳이 오르니까 (강남 3구를) 밀어 올리는 것”이라며 “전셋값이 빠르게 올라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강남 3구 아파트 매입 부담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세난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30%를 기록해 전주(0.29%)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서울은 지난주에 이어 0.14%를 기록했다. 벌써 77주째 연속 상승이다. 전세난이 서울 외곽 매매가격을 높이고, 연이어 강남 3구에 집중된 고가 아파트가 상승 압박을 받는 악순환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부른 풍선효과는 무대를 지방으로 옮겨 계속되고 있다. 신규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울산(0.79%)과 경남 창원(성산구 1.14%, 의창구 0.90%), 경기도 파주(1.11%), 고양(0.88%) 등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12월 둘째 주에도 크게 올랐다. 이 지역들은 11월까지 지방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김포와 부산을 규제하고 난 후에 한 달째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