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찔끔 올랐는데 빚은 8000만원 돌파…‘영끌’ 30대 부채 1억 넘어

입력 2020-12-17 16:48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8000만원을 돌파했다. 빚이 증가하는 속도는 살림에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의 2.3배 가량이었다. 젊은 층의 부동산 매수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영향으로 30대의 평균 부채는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17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5924만원,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값)은 4818만원으로 각각 1.7%, 1.9% 늘었다. 소득 증가율은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은 3791만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사업소득은 1151만원으로 2.2% 줄었다. 반면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공적이전소득은 457만원으로 18.3% 올라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부채의 경우 소득 분위별로 보면 1분위(소득 하위 20%)와 2분위의 증가율이 각각 8.8%, 8.6%로 크게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 등으로 신용대출과 카드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지만, 통계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 말 기준인 만큼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그 전부터 (부채가) 쌓여온 것인지 구분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체 가구 중 부채를 보유한 비중은 57.7%다. 연령별로는 40대 가구 부채가 평균 1억1327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39세 이하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30대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82만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30대의 금융부채 증가율의 경우 전년 대비 8.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들 연령대의 평균 담보대출액은 6422만원으로 전체 부채의 63%를 차지했고, 신용대출은 1378만원(13%)이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브리핑에서 “부채 증가는 부동산 가격 등이 증가한 측면과 연동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목적을 조사한 결과 ‘주택 구입’이나 ‘전·월세 보증금을 위해서’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중은 67.6%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4억4543만원) 중 부동산 자산은 71.7%(3억1962만원)이었다. 지난해 70.3%에서 1.4%포인트 늘은 것이다.

이같은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응답자 가운데 1년 후 거주 지역의 주택가격에 대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3.0%로 전년 보다 5.1%포인트 증가했다.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3.5%로 3.1%포인트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 소득 1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4.6%(1155만원)로 다른 분위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득 원천별로 따져보면 1분위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5.2% 감소한 반면 공적이전소득은 13% 증가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