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심 국장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당시 윤 총장에게 불리한 주장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도와 근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심재철·김관정·이정현 검사장이 윤 총장 징계위에 낸 진술서를 검찰 구성원에게 공개해 달라”고 했다. 이들이 제출한 진술서에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내용이 징계 처분의 근거가 된 만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부장검사는 “이 세 분의 진술서가 적절히 사전에 제공되지 않은 채 심리가 진행됐고, 그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가 적절히 주어졌는지 의문이 든 채 절차가 종료됐다”며 “이렇게 된 마당이니 세 분께서 본인이 작성한 진술서를 검찰 구성원들에게 공개해주실 의사가 없는지 묻는다”고 했다. 이어 “만약 그 내용에 기초한 사실관계나 그 사실관계에 기초한 법리 판단이 수긍이 가지 않는다면, 이건 법률 전문가인 검사 집단조차 수긍하도록 만들지 못하는 처분이니 언젠가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철 춘천지검 원주지청 지청장도 이날 심 국장을 겨냥한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악행에 앞장서고 진위를 뒤바꾸며, 동료들을 저버리거나 심지어 속여가면서 자리를 얻고 지키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김 지청장은 “감찰담당관실에서는 문건을 검토한 검사가, 11월 24일 이른바 ‘6인 회의’에서는 법무부 검찰과장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보고서에서 삭제되거나 질책을 당했다”며 “사실과 법리가 아니라 ‘주문’을 외워 ‘사찰’로 둔갑시키려던 마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7년 12월 15일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며 “지옥문은 이미 열렸다”고 했다. 이는 직권남용죄 공소시효가 7년인 것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심 국장은 진술서에 ‘윤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기재했다는데, 설마 검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싶은 내용”이라며 “심 국장이 직접 해명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심 국장은 앞선 윤 총장의 징계위 심의 과정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해당 진술서에는 윤 총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방해했고, 법관 사찰 문건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과 관련해서는 “윤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 대통령이 되면 검찰 독재가 될 것”이라는 진술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