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샌드박스 ‘써밋’ 박우태가 2021년엔 포스트 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리브는 올해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스프링 시즌 9위, 서머 시즌 7위를 기록했다. 박우태는 스프링 시즌 도중 ‘론니’ 한규준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는 등 개인적으로도 부침을 겪었다.
최근 서울 구로구의 연습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박우태는 절치부심하며 차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는 그는 “스스로 준비 과정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2021년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12월8일생인 박우태는 매년 생일마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곤 한다고 했다. “최근 생일을 맞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올해는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이 많았던 것 같더라. 올해는 어중간하게 망하지 않고 아주 시원하게 망했다”며 웃었다. 이어 “시즌 중엔 심적으로 괴로웠지만 빠르게 회복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1년이었다. 박우태는 “선수, 코치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선수들이 함께 힘들어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나름 잘 성장해나가던 팀이었기에 구성원 모두 마음고생을 겪었다”고 전했다.
박우태는 문제가 산적했던 스프링 시즌이었다며 지나간 봄을 아쉬워했다. “저뿐만 아니라 주전 선수 전원이 후보로 밀렸던 적이 있다. 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저는 괜찮았다. 그런데 선수 교체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됐다. 기존 주전 선수들을 대신해 출전한 선수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스웨덴 출신 ‘야마토캐논’ 야콥 멥디 감독과 함께한 서머 시즌에 대해선 “색다르고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감독님이 말을 멋지게 하시더라. 카리스마도 있었고. 자가격리 해제 후에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공부할 때도 인강 보는 것과 노량진 입시학원 맨 앞자리 앉는 건 느낌이 다르지 않나.”
리브는 김목경 전 담원 게이밍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우태는 “김 감독님은 선이 확실한 분 같다. 쉴 땐 쉬고, 할 땐 열심히 하는 팀을 추구하시는 분”이라면서 새로운 감독,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할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디테일한 피드백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조커’ 조재읍 코치가 맡는다. 박우태는 어느덧 조 코치와 2년을 함께했다. 선수 동료로 1년, 선수와 코치로 1년을 보냈다. 조 코치는 박우태에게 유난히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박우태는 “오래된 사이일수록 ‘고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코치님이 저한테 유독 가혹하시다”고 전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박우태는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일찍 차기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평가하기에 지금 준비 과정이 나쁘지 않다. 개인 기량, 팀원과의 호흡,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 등이 모두 괜찮다”면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한다면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로 본다”고 자신했다.
박우태는 3위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기대 성적은 높게 잡고 있다. LCK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와일드카드전을 통과해 3위까지는 오르고 싶다. 애초에 정규 시즌을 3위 이상의 성적으로 마치면 더 좋을 것이다. 지금 선수단 전원이 간절함을 느끼고 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
끝으로 박우태는 아프리카 시절 최연성 감독한테 들은 조언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차기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듦을 느껴요. 오전 11시쯤 일어나고 새벽 3시 넘어서 퇴근하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도 많아요. 그런데 제가 아프리카에 있었을 당시 최연성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 종종 떠오릅니다.
감독님께서 산책 중 넌지시 ‘숙소 생활은 할 만하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솔직하게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선수는 숙소 생활이 편하면 잘못된 거다. 불편함을 느껴야 잘하고 있는 거다’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씀대로라면 제가 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는 거 같아요. 내년 생일 땐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