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경기” 전의 다지는 울산…亞 정상서 ‘겨울의 전설’ 쓸까

입력 2020-12-17 22:00
울산 현대 선수단이 지난 13일 카타르 자심빈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의 준결승을 이긴 뒤 단체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현대가 아시아 프로축구 왕좌에 도전한다. 울산이 8년 전 이뤘던 무패우승의 신화를 다시 이룰 수 있을지 아시아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단과 결별설이 도는 김도훈 감독이 우승의 한을 풀고 명예롭게 시즌을 마칠지도 관심사다.

울산은 19일 카타르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이란 페르시안걸프프로리그 구단 페르세폴리스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을 치른다. 울산이 우승하면 K리그 구단의 ACL 총 우승 횟수는 6회로 늘어난다. 울산은 2회 우승으로 전북 현대, 광저우 헝다, 알이티하드, 우라와 레즈와 함께 대회 최다우승팀 반열에 들 수 있다. ACL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44억원)다. 울산은 결승 진출로 이미 준우승 상금 200만 달러를 확보한 상태다.

울산은 지난 13일 준결승에서 피 말리는 연장 승부 끝에 일본 J리그 팀 비셀 고베를 물리치고 올라왔다. 엿새간 휴식도 주어져 체력상 문제도 적다. 한동안 부상으로 빠졌던 측면 수비수 홍철을 비롯해 국가대표팀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겪은 핵심 미드필더 원두재 등이 지난 경기에서 출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합류 못 한 주전 골키퍼 조현우의 빈 자리도 조수혁이 잘 메우고 있다.

김도훈 감독의 거취도 관심사다. 그는 비셀 고베와의 준결승 승리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승전은 내가 우리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라며 결별을 암시한 바 있다. 다만 울산 구단은 김도훈 감독 거취 관련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 부임 첫 해인 2017년 FA컵을 들어올린 게 유일한 우승기록이다. 올 시즌도 코앞에서 전북에 FA컵과 리그 우승을 뺏겼다.

상대 페르세폴리스는 대회 최초 이란팀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란 프로팀의 아시아 무대 제패는 ACL 전신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 파스 테헤란이 1993년 우승한 게 마지막이다. 페르세폴리스는 2018년에도 ACL 결승에 올랐지만 J리그 팀 가시마 앤틀러스에 패해 우승컵을 놓쳤다. 다만 페르세폴리스는 지난 30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거의 3주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 자국 리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취소된 탓이다.

전력도 온전치 않다. 올 시즌 리그에서 25경기 12골을 집어넣은 주포 이사 알레카시르가 우즈베키스탄 팀 파크타코르와의 경기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저질러 준결승부터 6개월 출전 금지를 당했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눈을 좌우로 찢는 세리머니였다. 팀 중원의 핵심인 대표팀 출신 바히드 아미리와 에산 파흐레반도 출전이 어렵다. 역시 대표팀 출신인 수비수 쇼재 칼릴자데는 지난 10월 카타르 팀 알라얀으로 이적했다.

결승전 주심은 카타르 출신 압둘라만 이브라힘 알자심 심판이 맡는다. 한국에서 2017년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경기 심판을 맡은 이력이 있다. 이번 경기에는 카타르 현지 거주자를 대상으로 관중 입장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이란 현지의 관심도 뜨겁다. 울산 구단은 양 팀의 결승 대결이 성사된 뒤 구단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이란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하자 16일 이들을 위한 댓글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응원 메시지를 보낸 이들은 아시아 최대 규모 더비인 ‘테헤란 더비’를 두고 페르세폴리스와 숙적 관계인 에스테그랄의 팬들로 추정된다. 이 게시글에는 17일 현재 2만5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