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굶는 아이들’ 구호 나선 유니세프… “존슨 총리 부끄러워해야”

입력 2020-12-17 15:24 수정 2020-12-17 15:56
영국 런던 소호에서 16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문 닫힌 펍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 아동들이 전례없이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게 됐다. 코로나19로 영국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은 탓이다.

일간 가디언은 유니세프가 7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배 곯는 영국 아이들을 지원한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니세프 측은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심각한 위기”라면서 크리스마스 연휴와 내년 봄방학 때 런던 남부지역 학교 25곳에 아침식사를 제공할 비용 2만5파운드(약 3700만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식품 배달업체 한 곳도 4500파운드 상당의 과일과 채소를 음식 상자에 넣어주기로 했다.

지난 5월 영국 식량재단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서 240만명의 아이들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10월에는 90만명의 아동이 추가로 무료급식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너 케틀리 유니세프 영국 사무소장은 “영국에서 유니세프가 첫 긴급조치를 한다”면서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영향을 줄이고 어려운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의 충격이 큰 가운데 이번 지원은 더 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동이 굶주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료 급식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대표 스테파니 슬레이터는 “시의적절한 유니세프의 지원에 감사한다“면서 “지난 여름방학 당시 많은 가정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겨울에도 무료 급식이 없이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또 “너무 많은 어린이들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시민사회에만 계속 의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는 “우리나라의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유니세프가 개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불명예”라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최부유국인데 우리 아이들이 전쟁이나 자연재난에 대응하는 인도주의적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또 다른 의원 리처드 버건은 트위터에 “빈곤은 정치적 선택”이라면서 “정부는 공정한 조세 정책을 통해 영국 내 아동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최저소득 계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생활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강화했고 겨울에 아이들과 가족들이 따뜻하게 지내고 식사를 잘 할 수 있도록 1억7000만파운드 규모 겨울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