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들여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한 데 십자포화를 날렸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고 추 장관을 앞세워 윤 총장을 찍어냈다는 주장이다. 윤 총장 징계를 주도한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추 장관의 임무가 다 끝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추 장관의 임무는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윤 총장 징계는 아주 억지로 만들어낸 징계”라며 “이제 윤 총장이 행정법원에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한다는데, 대통령과 현직 검찰총장이 법정에서 맞서는 모습이 국가적으로 창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비대위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정치 상황을 보면 6·25 이후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라며 “법치는 ‘셧다운’, 민주주의는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치와 민주주의 파괴 등 국정 비정상의 중심엔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있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공통적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국정농단을 넘는 국정파괴를 중단할 것을 국민의힘의 이름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추 장관을 향해 “망나니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수행했다. 축하드린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거룩하게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윤 총장을 잘 제압했다. 법적 책임으로부터 멀어지고, 퇴임 이후 안전도 보장받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고 비꼬았다. 주 원내대표는 법무부 징계위원들을 을사오적에 빗대면서 “‘경자오적’으로 두고두고 가문의 명예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고도 했다.
윤 징계 ‘강하다’ 49.8% vs ‘약하다’ 34.0%
윤 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의 징계 강도에 대한 국민 여론은 ‘강하다’는 의견이 다소 높았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강도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를 한 결과 ‘강하다’는 응답이 49.8%로 나타났다. ‘약하다’는 34.0%였다. 이어 ‘잘 모르겠다’(9.4%), ‘적절하다’(6.9%) 등 순이었다.
여론은 여야 지지 성향에 따라 갈린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강하다’는 응답이 대구·경북에서 73.0%로 가장 높았다. 이 지역에선 ‘적절하다’는 응답이 0%로 조사됐다. 반면 광주·전라에선 ‘약하다’는 응답이 52.2%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강하다’는 응답이 30대(57.6%), 50대(52.0%), 70세 이상(51.8%)에서 비교적 높았다. 40대는 ‘강하다’ 44.3%, ‘약하다’ 45.8%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강하다’는 의견은 보수층(75.8%), 중도층(55.5%)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진보층에선 ‘약하다’는 응답이 61.9%로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강하다’는 응답이 84.0%로, 민주당 지지층에선 ‘약하다’는 응답이 78.0%로 엇갈렸다. 무당층에선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인 응답이 28.8%로 비교적 높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