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과 관련한 의사결정 배제를 이의제기하는 참모들에게 “‘집단지성’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과 달리 제대로 된 협의는 없었고, 차관을 포함한 일부 참모는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대국민 발표가 임박해서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 측은 이러한 정황을 포함한 징계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행정소송 과정에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류혁 법무부 감찰관 등 일부 참모들에게 “집단지성으로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법무부 참모들은 지난달 17일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 총장의 방문조사 일정을 잡으려 시도했던 일을 몰랐던 상황이었다. 일부 참모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에게 진상을 파악하려 했다. 이에 추 장관이 이튿날 조두현 정책보좌관을 통해 추후 차관, 기조실장, 감찰관 등을 포함한 협의 과정이 마련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감찰담당관실 차원에서 윤 총장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추후 참모들이 의견을 개진하게 해 준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지난달 24일 오후 4시50분쯤에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처분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징계청구 사실은 이날 오후 6시 추 장관의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이뤄졌다.
추 장관이 언급했던 ‘집단지성 협의’가 고의로 생략된 것인지, 다른 급한 사정 때문에 빠지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류 감찰관 등 참모들은 윤 총장에 대한 처분이 발표되기에 앞서 아무런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다. 류 감찰관은 이후 지난달 26일 박 담당관이 가져온 수사의뢰 공문에 결재를 거부했다. 그는 지난 1일 감찰위원회에서 작심한 듯 “이날에 이르도록 기록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정됐던 것과 달리 법무부 핵심 참모들의 협의 없이 윤 총장 징계 청구가 결정된 사실은 윤 총장 측의 향후 행정소송 과정에서도 재론될 전망이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들은 윤 총장에 대해 내려진 정직 2개월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징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방침이다. 윤 총장은 지난달 25일에도 직무집행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이때 법원이 받아들여 1주일 만에 총장직에 복귀했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