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징계, 집단지성으로 협의한다” 약속했던 秋

입력 2020-12-17 15:2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과 관련한 의사결정 배제를 이의제기하는 참모들에게 “‘집단지성’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과 달리 제대로 된 협의는 없었고, 차관을 포함한 일부 참모는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대국민 발표가 임박해서야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 측은 이러한 정황을 포함한 징계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행정소송 과정에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류혁 법무부 감찰관 등 일부 참모들에게 “집단지성으로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법무부 참모들은 지난달 17일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윤 총장의 방문조사 일정을 잡으려 시도했던 일을 몰랐던 상황이었다. 일부 참모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에게 진상을 파악하려 했다. 이에 추 장관이 이튿날 조두현 정책보좌관을 통해 추후 차관, 기조실장, 감찰관 등을 포함한 협의 과정이 마련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감찰담당관실 차원에서 윤 총장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추후 참모들이 의견을 개진하게 해 준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지난달 24일 오후 4시50분쯤에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처분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징계청구 사실은 이날 오후 6시 추 장관의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이뤄졌다.

추 장관이 언급했던 ‘집단지성 협의’가 고의로 생략된 것인지, 다른 급한 사정 때문에 빠지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류 감찰관 등 참모들은 윤 총장에 대한 처분이 발표되기에 앞서 아무런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다. 류 감찰관은 이후 지난달 26일 박 담당관이 가져온 수사의뢰 공문에 결재를 거부했다. 그는 지난 1일 감찰위원회에서 작심한 듯 “이날에 이르도록 기록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정됐던 것과 달리 법무부 핵심 참모들의 협의 없이 윤 총장 징계 청구가 결정된 사실은 윤 총장 측의 향후 행정소송 과정에서도 재론될 전망이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들은 윤 총장에 대해 내려진 정직 2개월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징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할 방침이다. 윤 총장은 지난달 25일에도 직무집행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이때 법원이 받아들여 1주일 만에 총장직에 복귀했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