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X’ 지모씨가 저희를 갖고 논 것 같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서 이동재 전 채널A기자가 이같이 증언했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취재를 하면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위 제보를 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 기소됐다. 이날 이 전 기자는 피고인석이 아닌 증인석에 섰다. 공범으로 기소된 백모 기자 측이 이 전 기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전 기자는 ‘검·언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씨가 미리 프레임을 짜고 자신을 의도적으로 만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지씨를 가리켜 “저희를 갖고 논 것 같다” “함정에 빠뜨리려 한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지씨는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하면서 이 전 기자를 수차례 만났다.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전 기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언 유착이 아니라 ‘권·언 유착’이라고 주장했다. 지씨가 짜놓은 검·언 유착 프레임에 자신이 걸려들었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 전 대표 대리인을 자처한 지씨와 MBC가 사전에 이미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최근 보도됐다”며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서도 서울중앙지검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는 지씨가 이 전 기자를 처음 만난 지난 2월 24일 전부터 MBC와 수차례 사전 접촉했다는 의혹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 측도 지난 15일 징계위 2차 심사위를 앞두고 감찰기록에서 이 같은 내용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씨의 통화내역에 대해 입장을 다음 공판기일에 밝히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 측이 제기한 권·언 유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이 전 기자는 “전반적 내용을 보면 지씨가 갑(甲)이고, 우리가 을(乙)이다. 지씨가 저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하면 지씨가 저희를 갖고 논 것”이라며 “지금도 (신라젠 취재는)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