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일 9주기 금수산궁전 참배…김여정 위상 재확인

입력 2020-12-17 13:35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9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9주기를 맞아 18일간의 잠행을 마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강화된 위상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17일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에 즈음해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당일 자정에 참배해온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 참배도 비슷한 시간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을 비롯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18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1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참배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코로나19 비상 방역 상황 및 ‘80일 전투’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 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9주기 관련) 별도 기념행사 보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인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사실이 이번 참배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김 제1부부장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3열 좌측에 서 정면을 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2018년과 201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7, 8주기를 맞아 보도된 사진에서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의 전신이 정면으로 뚜렷하게 나온 사진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9주기에 보도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인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 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에 반발하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약 6개월 만에 대남 비난에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가정보원은 김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정책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열리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제1부부장이 노동당 정치국 위원 또는 상무위원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