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할 듯…“원료 먼저 달라” 요구 수용

입력 2020-12-17 11:34
5천만명 분 백신, 내년 상반기 공급 추가 협상
화이자 “백신 원료 우선적으로 달라” 요구
에이자 보건장관 “화이자에 어떤 도움이라도 제공”
미국, 개발중인 백신 포함 최초 9억회 접종분 확보

제약회사 화이자의 미국 미시간주 캘러머주 생산 공장 앞에 서 있는 화이자 로고. 미국에 최초로 공급된 코로나19 백신이 이 공장에서 생산됐다. AP뉴시스

임기가 5주 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회사 화이자와 내년 상반기까지 백신을 추가로 공급받는 방안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이자는 다른 나라들과 이미 백신 계약이 돼 있다면서 난색을 표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원료 생산업체에 우선적으로 화이자에 백신 원료를 공급하는 것을 명령할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이자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은 화이자로부터 백신을 추가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협상을 통해 화이자에 추가로 요구한 백신 물량은 미국인 50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물량이라고 NYT는 전했다. 화이자 백신은 2회를 맞아야 면역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1억회 접종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계약이 성사될 경우 미국은 내년 4월부터 6월 말까지 화이자의 백신을 추가 공급받을 예정이다.

화이자는 처음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 예정인 백신 물량에 대해 이미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계약이 완료됐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의 한 소방관이 1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의 한 보건시설에서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화이자의 숙원이었던 백신 원료 우선 공급 요청을 들어주면서 타협점을 찾았다.

화이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백신 원료를 우선적으로 화이자에 공급하는 것을 백신 원료 생산업체에 명령할 경우 미국에 백신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화이자와의 협상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화이자에게 어떠한 도움이라도 제공하기 위해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이자가 수개월 전부터 백신 원료 공급에 우월적 지위를 요청해왔다고 보도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있다”면서 “일부 백신 원료에 대해 우선적 지위를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 백신이 승인받기 이전에 화이자가 우월적 지위를 가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생산에 연방 보조금을 지급한 모더나 등 다른 백신 개발회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모른 척 해왔다.

하지만 확보한 백신 물량이 딸리자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미국 내 접종이 임박했지만,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이 유일하다.

트럼프 행부 당국자들은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합쳐 이미 3억회 접종분을 계약했으며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다른 제약회사들의 백신 9억회 접종분도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미국 인구가 약 3억 2800명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전체 인구가 모두 맞을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