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청년 앞 한사람만 발길 멈췄다…방배동 모자 CCTV 보니

입력 2020-12-17 11:31 수정 2020-12-17 11:36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캡처

비극을 낳은 서울 방배동 모자 사건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모친이 숨진 뒤 노숙을 하는 발달장애 아들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말을 걸었던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JTBC는 15일 발달장애인 최모(36)씨가 노숙을 시작한 후 사회복지사를 만날 때까지 나흘간의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최씨는 집에서 1㎞ 거리에 있는 동작구 이수역 앞에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았다. 집에서 챙겨온 짐은 가방 두 개가 전부였다. 최씨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 종이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것으로 “우리 엄마는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몇 시간을 쪼그려 앉은 최씨가 음료수를 먹는 장면도 포착됐다. 최씨가 그날 먹은 건 음료수 한 병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캡처

많은 사람이 최씨의 앞을 지나갔지만 최씨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사회복지사 정미경(53)씨였다. 정씨는 최씨에게 말을 걸어주며 다가갔고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러던 중 최씨로부터 “어머니가 숨을 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과 함께 최씨의 주거지를 방문해 최씨의 어머니 김모(60)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김씨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타살 흔적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한동안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가 전기가 끊어지자 집을 나와 노숙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자는 총 100개월치 523만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했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각각 올해 3월, 4월부터 미납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당 구청과 동주민센터는 이들의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최씨는 발달장애가 있음에도 장애인 등록이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