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사온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초의회 등이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라 관련 예산을 잇따라 삭감하면서다.
17일 광주지역 정가에 따르면 기초의회 5곳 전체가 지방의원의 내년 ‘공무국외 출장’ 다시 말해 해외연수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입국 후 자가격리 절차 등을 고려하면 해외연수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그동안 ‘관광성’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해외연수를 떠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동구의회와 남구의회가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2021년 해외 연수비를 편성하지 않았다.
동구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위가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를 통해 공무국외 출장·국외업무 여비 3200만 원을 만장일치로 삭감해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했다.
남구의회 역시 지난 15일 제272회 의회운영위 본예산 심의에서 국내·외 여비 등 국제교류 활동 예산 626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오는 18일 남구의회 본의회에 상정돼 삭감될 예산안은 의원 국내 여비 1760만 원, 의원 국외 여비 3460만 원, 국제화 여비 1040만 원이다.
의장단과 의원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광산구의회도 같은 날 예산결산특위를 열고 전년도와 같은 금액 5100만 원으로 편성했던 해외 연수비 반납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서구의회가 지난달 25일 가장 먼저 내년 해외연수를 실시하지 않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다. 북구의회도 지난 4일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해외연수 관련 예산 7050만 원과 국내 연수비 39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구의회는 코로나 19가 퍼진 지난 8월에도 해외 연수비 3380만 원을 전액 반납한 바 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각국 선진의회 현황, 우수 정책사례 현장 등을 둘러보고 의정활동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의회마다 해외연수 전문 여행사의 안내에 따라 유명 관광지 등에 판박이 관광일정을 다녀오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시민단체들이 공무원까지 동행하는 지방의회의 관광성, 외유성 연수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사례도 잦았다.
이에 따라 소모적 해외연수를 폐지하거나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다녀올 때는 지방의원들이 연수기획을 직접 짜고 일정·방문지 등을 공개한 뒤 충실한 연수보고서를 사후 제출하거나 시민보고회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와 참여 속에 기초의회 등의 해외연수 제도를 대폭 개선해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 5개 기초의회 모두가 해외연수를 취소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참여자치21 기우식 사무처장은 “시민들과 고통을 나누려는 광주지역 기초의회 해외연수 예산 삭감과 반납조치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