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마비 수준인데 ‘혈액량’도 위태…2.8일치만 남았다

입력 2020-12-17 10:08 수정 2020-12-17 10:51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헌혈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의 60%에도 못 미치는 2.8일분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일선 의료현장도 마비 수준인 가운데 혈액 공급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7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적정보유량인 5일분을 크게 밑도는 2.8일분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헌혈의 집을 방문하는 개인 헌혈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단체 헌혈도 잇따라 취소된 여파다.

실제 혈액 적정보유량인 5일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5600명 이상의 헌혈이 필요한데,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헌혈자는 4400명 수준에 그쳤다. 더 문제는 코로나19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유동인구가 준 데다 학생들도 원격수업으로 대부분 전환되면서 앞으로도 헌혈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혈액 보유량이 3일분 미만인 상황이 이어지면 의료기관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혈액공급은 불가능해진다. 긴급한 상황 외에는 대처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대형 사고나 재난 등 국가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는 심각한 혈액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이에 국회,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 협조방안 및 홍보대책 등을 전달하고 정부,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도 적극적인 단체 헌혈 참여를 요청했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된 올해 누적 헌혈자는 지난해보다 18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최종 감소 폭은 2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혈액관리본부 측 추산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올 한 해 어려운 와중에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혈액 수급을 극복해 왔는데 이번에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가장 큰 위기가 도래했다”면서 “수혈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번 겨울은 더욱 춥고 힘든 계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헌혈 장소에 칸막이 설치와 주기적 소독 등으로 코로나19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감염 걱정 없이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