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에 납치·살해된 딸의 복수를 위해 수년간 범인들을 추적한 멕시코 어머니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뒤늦게 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멕시코 국경 지역 산 페르난도에 살다가 범죄 조직에 딸을 잃은 뒤 2014년부터 3년 동안 이어졌던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복수극을 17일 보도했다.
로드리게스의 비극은 2014년 1월 당시 20세였던 딸 카렌이 차를 몰고 나갔다가 픽업트럭을 탄 폭력 조직원들에게 납치를 당하며 시작됐다. 카렌의 차가 정차한 사이 총기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다가왔고, 이들은 카렌을 위협해 트럭에 태운 뒤 달아났다.
로드리게스는 조직원들이 요구하는 대로 대출까지 받아 딸의 몸값을 지불했지만 카렌은 결국 살해됐다. 분노한 그는 복수를 다짐하고 범인 추적에 나섰다. 범인들이 전화로 돈을 요구하던 중 누군가를 ‘사마’라고 부른 것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딸의 페이스북을 샅샅이 뒤져 사마라는 남성이 찍힌 사진을 발견했다.
로드리게스는 이때부터 더욱 치밀하게 복수를 진행했다.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머리를 염색하는 등 분장한 뒤 사마와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경찰에 넘겼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찰은 10대 조직원 여러 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로드리게스가 모은 범죄 조직 정보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자세했다”고 말했다.
체포된 조직원들의 자백을 받아낼 때도 로드리게스가 큰 역할을 했다. 10대 조직원 중 1명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배가 고프다고 하자 로드리게스가 치킨을 사줬고, 이에 감동한 조직원이 카렌이 살해당한 장소와 조직에 대한 정보를 모두 털어놓은 것이다. 조직원이 지목한 범행 현장에 가보자 수십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카렌의 소지품과 유해도 있었다.
로드리게스는 이후에도 분장, 위장, 잠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 조직의 뒤를 캐 경찰에 정보를 제공했다. 권총으로 무장하고 다니며 몇몇 조직원을 직접 체포하기도 했다. 이렇게 3년간 검거된 조직원은 1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2017년 3월 시우다드 빅토리아 교도소에서 대규모 탈옥이 일어나면서 로드리게스에 의해 검거된 조직원 일부도 빠져나왔다. 로드리게스는 그해 5월 어머니의 날에 자택 앞에서 탈옥한 조직원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NYT는 딸의 실종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다가 살해된 로드리게스의 이야기는 멕시코의 심각한 납치 살해 등의 범죄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