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존경” vs “윤 죽이기”…추미애 ‘사의’에 엇갈린 반응

입력 2020-12-17 08:17 수정 2020-12-17 10:1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사의 표명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결단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한 반면 국민의힘은 “오직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를 위해 존재했던 최악의 법무부 장관”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을 유배인에 비유하며 도움이 되지 못해 가슴 아프다고 위로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퇴가 아닌 잘린 것으로 토사구팽당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소송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전했다.

문 대통령 “결단 높이 평가”…추 장관 “산산조각 나더라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6일 추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안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한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다”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한 점 감사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해 헌정 사상 초유의 징계절차가 완료됐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2개월간 직무가 정지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면서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사의 표명 사실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고 한 추 장관은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새운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며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올렸다.

민주당 “깊은 존경” vs 국민의힘 “오직 윤석열 죽이기”

이후 여당과 야당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 개혁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오고 공수처 출범과 검찰 개혁에 큰 성과를 남긴 추 장관의 결단에 다시 한번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검찰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 나가겠다”고 한 허 대변인은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과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검찰은 화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 대변인은 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한 만큼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오직 ‘윤석열 죽이기’라는 임무를 완수한 이의 당연한 퇴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역사상 최악의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추 장관이 저지른 법치주의 파괴와 국민 기만의 과오가 잊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권은 목적을 달성했다며 웃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곧 그 웃음은 국민과 역사의 분노를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안을 재가한 것에 대해서는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핍박하고 몰아내려는 범죄에 대통령이 가담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성명에서 “암담한 ‘문주(文主)주의’ 체제에서 법치, 민주주의의 존치 여부가 오로지 사법부에 달렸다”며 “헌법재판소도 속히 공수처법 위헌 여부 결정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국 “유배인 처지라 도움 못 돼…가슴 아프다” vs 진중권 “잘린 것…토사구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다음 날인 17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유 불문하고 정무적 책임을 지겠다는 선제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그동안 엄청난 공격을 받으셨는데 ‘유배인’ 처지라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슴이 아프다”며 위로했다.

조 전 장관은 또 “법적 쟁송을 하겠다는 검찰총장과 정무적 책임을 지겠다는 법무부 장관이 대조적 모습을 보인다”며 “제도 개혁과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자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추 장관의 고뇌가 깊었을 것이라 짐작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잘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추 장관 사퇴했나. 실은 잘린 것이다. 토사구팽”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 30%마저 깨지려면 몇 달 더 하셔야 하는데”라고 했다.

“추 장관이 물러나야 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 진 전 교수는 “지지율 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안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개인적 갈등으로 바꿔 놓고 ‘추 장관이 물러났으니 윤 총장도 물러나라’고 압박하려는 기동”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깔끔히 물러났는데, 윤 총장은 뭐하냐고, 앞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바람 잡을 것”이라고 한 진 전 교수는 “윤 총장도 대단한 검객. 버티라. 다음 자객으로 신임 장관을 보낼지, 공수처장을 보낼지 알 수 없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추 장관 사의와 상관없이 끝까지 간다”

추 장관의 돌연 사의 표명에도 윤 총장 측은 예정대로 징계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소송 절차는 진행된다”는 강경 대응 입장을 전했다.

앞서 징계위는 밤샘 논의 끝에 16일 오전 4시쯤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처분을 의결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10분까지 추 장관으로부터 징계위 결과를 제청받았다. 오후 6시30분 제청받은 징계위 결과를 문 대통령이 그대로 재가하면서 징계가 확정됐다.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총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던 윤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10분쯤 별다른 메시지 없이 퇴근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가 집행되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도 신청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지난 1일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으로 총장직에 전격 복귀한 윤 총장은 이날 정직 처분으로 복귀 보름 만에 다시 직무 정지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 검찰총장 직무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대리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