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표명한 사실이 공개된 직후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며 소회를 밝히는 짧은 글을 올렸다.
추 장관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새운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며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올렸다. 그러고는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를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글 속에 등장하는 ‘공명정대한 세상’이 검찰 개혁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완수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앞서 추 장관은 같은 날 오후 문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일 취임한 지 약 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명예 퇴진’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벌써 검사 출신인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 등의 이름이 후임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극한 충돌도 일단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고 동시에 징계 효력이 발생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징계 절차가 완료된 것이며 이에 따라 윤 총장은 2개월간 직무가 정지된다.
다만 윤 총장 측이 추 장관의 사의표명과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갈등 상황은 알 수 없게 됐다. 윤 총장이 법무부와 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며 끝까지 총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로써 징계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맞서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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