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람을 살해하지 못해 답답하다. 죽이고 싶어서 견디지 못하겠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교수가 희대의 연쇄살인마 정남규에게 받았던 옥중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권 교수는 16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정남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정남규가 교도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그 전에) 내게 편지를 자주 보냈다”며 “‘내가 이렇게 잡혀 와 사람을 살해하지 못하니 너무 답답하다. 그러니 사형 집행을 하든지 나를 내보내 달라. 사람을 죽이고 싶어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살해한 살인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가 만나본 1000여명의 범죄자 중 정남규가 가장 잔혹했다”며 “어떻게든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남규가) 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공격했는데 정말 특이한 건 단 한 건도 피해자 뒤에서 공격하지 않았다. 전부 돌려 세워 앞을 공격했다”며 “이건 범죄 상식과 구분되는 행위다. 고통과 아픔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정말 잔혹한 동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를 수사하던 때를 떠올리면서는 “압수수색을 갔는데 내가 인터뷰했던 사진을 스크랩해서 가지고 있더라. 그 사진을 제가 제 손으로 압수했다”며 “살인을 실패한 날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예전 살인을 저지른 곳에 가서 서 있어 봤더니 너무 행복했다더라”고 말했다.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울·경기 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그의 검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2006년 4월 22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금품을 훔치려다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수사 초기에 경찰은 정남규를 단순 강도 상해범으로 봤다. 그러나 당시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범죄행동분석팀 팀장이었던 권 교수가 그를 면담하며 반전됐다. 권 교수는 심문 끝에 정남규의 살인 자백을 받아냈고 알려지지 않았던 잔혹 범죄들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정남규는 수사 과정에서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현장 검증 도중 피해자 가족이 자신에게 화분을 던지자 주변에 있던 빨래 건조대를 던지려 한 장면도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호송 차량에서는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남규는 결국 2009년 11월 21일 오전 6시35분쯤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07년 4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지 약 31개월 만이었다. 당시 순찰 중이던 교도관이 정남규를 발견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튿날 새벽 2시35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