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자가격리 시설의 개인 간 대여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호텔 등 당국이 지정한 시설의 이용 가격이 부담스러운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저렴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개인 시설은 당국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방역 조치가 허술해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 신모(40)씨는 지난 여름 출장 도중 귀국 후 자가격리에 들어갈 원룸을 집 근처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구했다. 임신 중인 아내와 초등학생 첫째 아이가 집에 있어 자택에서의 자가격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16일 “하루 사용료가 10만원인 국가 지정 격리시설은 너무 비싸 부동산 10여곳에 전화를 걸었더니 자가격리자가 빌릴 수 있는 원룸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2주 사용료 40만원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10만원을 더해 50만원으로 자가격리를 해결했다. 국가시설에 머물 경우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하지만 막상 신씨는 원룸에 들어가자마자 당황했다고 한다. 그곳엔 자가격리를 위한 최소한의 물품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한다. 신씨는 “빨간색 막대로 표시되는 수은 체온계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색약인 내겐 아무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오로지 집 주인의 ‘양심’에만 맡겨져 있을 뿐이다.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다 지난 9월 귀국한 40대 여성 조모씨도 숙박 시설 공유 사이트를 통해 빌린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조씨는 “주인이 청소해 놓겠다고 한 것 외에는 방역과 관련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고, 이를 확인할 길도 없었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고 혼자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시설이라면 자가격리용 숙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유되는 숙박 시설은 대부분 단독주택이 아닌 경우가 많아 입실 전후로 다른 주민과 동선이 섞일 가능성이 크다. 조씨는 “입국 전 알아본 집 중에는 다른 거주민과 출입구 등을 공유하는 곳도 많았다”면서 “지자체에서 조금 더 꼼꼼하게 관리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이미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는 자가격리 숙소로 자신의 집을 대여하겠다는 게시물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자가격리용 숙소 정보를 공유하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는 회원수가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국가 지정 자가격리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자가격리 시설로 운영되는 한 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쓰레기를 다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숙소 방역을 실시해 소요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며 “이런 면에서 보면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은 완전히 방역 사각지대 아니냐”며 억울해 했다.
다만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방역 소홀 우려와 관련해 “음성 판정을 받은 자가격리자가 배출한 쓰레기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해도 된다”며 “확진자가 아니라면 자가격리자가 머문 시설이라고 해도 방역 의무는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