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선수에게 더 추운 스토브리그… 극소수만 살아남아

입력 2020-12-17 07:00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되고 KT 위즈에 둥지를 튼 안영명(36)과 키움 히어로즈에 이적한 이용규(35). KT 위즈, 연합뉴스.

프로야구 승부의 세계는 화려하지만 동시에 차갑다. 겨울에 찾아오는 스토브 리그에서는 경기에서의 승부보다 더 냉정한 결과가 나온다. 팬들의 시선은 최고 연봉을 받는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향해있지만 방출되는 선수들도 많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선수들도 나이가 차면 방출이 되고 새롭게 뽑힌 신인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일 보류 제외선수 명단 55명을 공시했다. 보류 제외 선수는 각 구단이 재계약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한 선수들을 묶은 말이다. 55명의 처지는 각각 다르지만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한 선수는 박용택과 정근우(이상 LG 트윈스), 김태균(한화 이글스), 권혁(두산 베어스) 등 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에 처우가 더 열악한 육성선수 방출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육성선수란 KBO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식 선수단 65명을 제외하고 구단에서 별도로 가능성을 보고 계약하는 ‘비정규직’ 개념의 선수다. KBO에서 육성선수에 대한 계약금과 계약 기간의 규제가 없어 형식적인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현역으로 뛰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한 신인이나 부상 후 몸이 돌아오지 않은 베테랑이 육성선수로 계약을 하곤 한다. 그들을 포함하면 방출 선수는 123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KBO 관계자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신인 110명이 정식 드래프트로 들어오고 육성선수는 7~80명 정도가 들어온다”라며 “산술적으로는 매년 같은 숫자인 180~190명만큼 일자리를 잃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인이 들어오는 만큼 방출선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방출된 선수 중 다른 구단에서 보금자리를 찾은 선수는 극소수다. 이번 시즌 한화가 방출한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5)는 지난 10일 총액 1억5000만원에 키움 히어로즈로 가게 됐다. 키움은 외야에서 구심적 역할을 해줄 베테랑 선수로서 이용규가 제격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한화에서 방출된 18년 차의 베테랑 우완 투수 안영명(36)은 불펜 보강을 원하는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되고 한화 이글스 육성 선수로 입단한 정인욱. 연합뉴스

반면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투수 정인욱(30)은 지난 14일 한화에 안착했다. 정식 선수가 아닌 연봉 3000만원의 육성 선수 자격이다. 구단 관계자는 “정인욱이 현역 연장 의지도 있고 한화 최재훈과의 친분도 있어서 입단 테스트를 보게 됐다”며 “최대 구속은 142㎞/h로 다소 저조했지만, 회전율이 높고 몸 상태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해서 육성 선수로 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용규 등의 계약 소식이 들려왔지만 구단들은 방출 선수 영입에 대해 “현재까지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구단들은 이러한 배경으로 구단 규모 축소 분위기를 언급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야구계는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는 경향”이라며 “방출 선수를 잡는 데까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방출 선수보다 신인 선수 육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구단들의 기본 방침이기도 하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유망주와 신인 선수를 육성해서 1군 자원으로 하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주로 고려하고 있다”며 “방출 선수 영입이나 자유계약선수(FA) 선수 영입이 팀 리빌딩의 중심이 되지 않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