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시민단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낸 기부금을 돌려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전 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길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한다며 ‘노마스크’ 와인 모임을 여는 사진을 SNS에 게시해 논란이 된 직후다.
길 할머니는 지난 15일 공개된 며느리 조모씨와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영상은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개수작TV’에 이날 게시됐다.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정의연에 기부한 금액에 대해 조씨가 ‘다시 어머니한테 돌려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그래야 한다”고 동의했다.
길 할머니는 정의연의 모금 활동에 대해 조씨와 대화하며 “자손이 있는 노인네한테 저희들 맘대로 이렇게 어디다 기부하고 어디다 쓰고 그러면 안 된다. 자손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자손들하고 상의해서 할 일을 하고 아닌 건 안 해야 한다”며 “저희 멋대로 다 해버리면 그건 세상 사는 게 아니다”고도 말했다.
조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상을 찍은 것은 대략 9월쯤으로 기억한다”며 “영상을 촬영한 시점을 정확하게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어머니께서 그러한 뜻을 분명히 보이셨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의연 측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개인 유튜브에 게시된 내용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입장을 아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7일 지인들과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모임을 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해 논란이 됐다. 윤 의원은 “길(원옥) 할머니 생신을 할머니 빈자리 가슴에 새기며 우리끼리 만나 축하하고 건강 기원”이라는 글과 함께 한 식당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지인 5명과 와인잔을 건배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노마스크’ 모임을 가진 것이 논란이 되자 윤 의원은 SNS에서 사진을 삭제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윤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한편 윤 의원은 정의연 기부금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9월 윤 의원을 사기·준사기·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여성인권상 상금 등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한 준사기 혐의를 받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