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청약 경쟁률…전세난 타고 내년에도 치솟나

입력 2020-12-17 00:10

아파트 매매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하면서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청약 제도에 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가을부터 시작된 전세난과 내년 주택 공급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청약 시장이 앞으로 더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는 평균 경쟁률이 500대 1을 넘었다. 192가구 모집에 신청자 10만2693명이 몰렸다. 중소형으로만 구성돼 전량 가점제로 공급된 84㎡ B타입 경쟁률은 1812.5대 1에 달했다. 기타경기 거주자로 한정하면 경쟁률이 무려 5219대 1이다.

올 한해 청약 시장은 내내 과열됐다. 정부 규제로 매매시장이 경직됐던 동안에도 청약 경쟁률은 계속 치솟았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풍선효과로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역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주변 시세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청약의 이점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중랑구 망우역 신원아침도시도 52가구 모집에 3280명이 청약해 평균경쟁률 6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2가구를 모집하는 전용 84㎡에는 1227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613.5대 1로 가장 높았다. 서울 외곽 지역인 중랑구 일대도 최근 집값이 치솟으며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지난 7월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며 시세차익 기대감은 더 커졌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새 아파트 공급도 적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거라는 우려 때문에 청약은 로또 분양이라는 인식이 높아져왔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청약자 메리트는 커지고 건설사 공급은 줄어 경쟁률이 더 심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 청약 인기가 높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중대형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99.6대 1로 지난해 경쟁률(38.4대 1)의 5.2배에 달했다. 2014년까지 2.8대 1에 그쳤던 경쟁률이 6년새 71배 오른 셈이다. 가점이 부족해도 일단 청약해 참가하고 보는 허수도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실수요보다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청약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청약 열기가 과열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쉽게 참가하기 힘든 시장이 됐다”며 “대출 규제가 이렇게 진행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애초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에도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비중이 높다. 최근 직방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주택 매입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 중, 신규 아파트 청약을 통해서 매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29.1%였다. 2020년 주택 구매 계획 설문 결과(24.9%)에 비해 4.2% 증가했다.

문제는 청약 시장의 과도한 경쟁이 당분간 수그러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수단 하나가 꽉 막히는 셈이다. 양 소장은 “전세난이 잡히지 않고 분양가상한제 영향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청약 희소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공급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더 많은 물량들이 나온다는 신호를 줘야한다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