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시장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4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HMR 시장의 지형도가 달라졌다. 식품업계 중심으로 형성됐던 시장에 외식·호텔업계까지 대거 합류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뿐 아니라 동네 맛집, 고급 레스토랑, 호텔 뷔페 레스토랑에서까지 HMR이나 밀키트 제품을 내면서 다양성을 확보했다. 가성비 뛰어난 제품부터 고급 식당 메뉴를 구현한 프리미엄 제품까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국내 HMR 시장 선두주자인 CJ제일제당은 지난달 프리미엄 HMR 브랜드 ‘더비비고’를 출시했다. 건강간편식을 내세운 더비비고는 나트륨 저감과 영양 강화에 힘을 준 브랜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건강 간편식’ 시장이 10조원대 규모로 형성돼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HMR 시장도 건강 간편식을 향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HMR 제품과 도시락을 간편하게 살 수 있는 자판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무인 구내식당 서비스도 등장했다. 풀무원식품은 HMR 제품과 도시락 제품으로 구성된 무인 구내식당 서비스 ‘출출키친’을 론칭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을 받으면 도시락을 공급하는 스마트 무인 식당 서비스다. 일종의 자판기인 ‘출출박스’에 도시락과 HMR 제품을 담아 제공한다. 출출박스 한 대당 80~100인분의 도시락을 담을 수 있다.
외식·호텔업계에서도 HMR과 밀키트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파리바게뜨도 자체 간편식 브랜드 ‘퍼스트 클래스 키친’을 출시하고 제품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밀키트 제품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은 SSG닷컴에서만 판매했는데도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밀키트 전문 업체 프레시지와 손잡고 ‘63 다이닝 키트’를 출시했다.
프레시지, 마이셰프 등 중소 업체들은 밀키드 시장 선두주자들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사몰과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프레시지는 올해 가정간편식 매출액이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액(712억원)보다 2.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1~2년 사이 밀키트 시장 대열에 본격 합류한 CJ제일제당 ‘쿡킷’, GS리테일 ‘심플리쿡’, 이마트 ‘피코크’, 한국야쿠르트 ‘잇츠온’ 등 대기업 브랜드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는 ‘동네 맛집’과 협업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 밀키트’ ‘피코크 삼원가든 LA 꽃갈비’ 등은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경기도 의정부 오뎅식당과 협업한 ‘오뎅식당 부대찌개 밀키트’는 지난 4월 출시해 7개월 만에 18만개가 팔렸다. ‘삼원가든 LA꽃갈비’는 지난 9월 한 달 매출이 10억원에 이르렀다. 이마트는 초마짬뽕, 잭슨피자 등 25개 맛집과 협업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HMR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이었다. aT는 2022년 HMR 시장 규모가 5조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코로나19를 만나면서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밥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HMR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게 됐다”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너도나도 합류하고 있다. 앞으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