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강한 매수세로 코스피 신기록 경신을 이끈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에 흔들리는 코스피는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 매수세로 버티는 모습이다.
16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41억원어치를 팔며 지난 10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5거래일 이상 순매도한 건 ‘사자’로 돌아선 지난 10월 이후 처음이다. 1626억원을 순매수한 지난 9일을 제외하면 이달 7일부터 뚜렷한 ‘팔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12거래일간 팔아치운 주식은 1조4863억원어치다. 순매도세로 전환한 7일부터 8거래일 사이에만 3조481억원을 팔았다. 지난달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편입종목 정기 변경으로 하루 만에 2조4278억원을 팔아치운 30일을 포함해도 4조9612억원을 순매수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기 위한 조건’ 보고서에서 주요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의 하락세 진정을 외국인의 코스피 매수 중단 배경으로 진단했다.
그동안 달러 약세를 배경으로 한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외국인 투자자를 국내 증시로 유인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지난 10월 초 1169원 수준이던 환율은 이달 4일 1082.1원으로 2년6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외국인 순매수세를 업고 2358.00에서 2731.45로 약 16% 상승했다. 이후 환율은 차츰 반등해 1190원대로 올라선 상태다.
정 연구원은 “지난 6월 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던 시점은 달러화 지수가 단기 하락세를 형성했던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며 “단기 하락세가 진정되면 당분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 외국인이 단기간에 매수세를 형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누적 매수 규모가 최근 고점(6만1428계약)에 다다른 점도 추가 매수세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 연구원은 “과거 개인 매수세가 강한 시점에 주가가 상승할 때는 고객 예탁금도 동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에는 고객 예탁금 증가세가 정체돼 지속적 상승 에너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