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토트넘 홋스퍼와 디펜딩챔피언 리버풀이 맞붙는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조합이 연일 불을 뿜는 토트넘의 기세와, 핵심 전력의 부상 와중에도 좀체 미끄러지지 않는 리버풀의 뚝심 중 어느 쪽이 더 강할지 국내외 축구팬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토트넘과 리버풀은 현지시간으로 16일,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5시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서 만난다. 각각 12경기씩을 치른 양 팀은 승점 25점으로 동률이다. 최근 화끈한 공격력 덕에 토트넘이 골득실에서 5골 앞서 1위다. 토트넘은 이번 경기를 치른 뒤 3위 레스터 시티, 리버풀은 12위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나란히 10골씩…파라오와 맞서는 ‘소니케인’
토트넘과 리버풀의 팀 최다 득점자는 각각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다. 두 선수 모두 10골로 에버턴의 도미닉 칼버트르윈에 1골 뒤진 득점 공동 2위다. 손흥민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포 케인은 이미 도움 10개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자신도 9골을 넣고 있다.
리버풀은 살라 외에 신입생 디오고 조타의 성장세가 무서웠으나 지난 10일 미트윌란과의 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최소 1~2개월 빠지게 됐다. 4골을 기록한 사디오 마네 외에는 득점에서 살라를 보조할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리버풀은 도움 3개를 기록한 측면 수비수 앤드류 로버트슨이 팀 내 순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일단 여태까지의 모습만 보면 공격 면에서는 토트넘이 우위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리버풀은 살라 외에 기존 공격자원인 마네와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경기력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골을 많이 넣지는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만 놓고 보면 손흥민과 케인의 조합이 위력 면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수는 손흥민과 케인의 조합이 막힐 가능성이다. 지난 12일 토트넘과 맞붙은 크리스탈 팰리스는 노골적으로 다른 선수보다 손흥민으로 향하는 패스를 예상하고 묶어놓으면서 토트넘의 득점 확률을 줄였다. 지난달 30일 만났던 첼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위원은 “확실한 공격루트가 있는 건 큰 장점이지만 그만큼 누구나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다수 팀이 토트넘에게는 뒷공간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약팀과 강팀의 차이는 그걸 90분 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아랫돌 빼 윗돌 개는 리버풀
리버풀은 시즌 초 버질 반다이크를 비롯해 조엘 마티프와 조 고메즈까지 주전·준주전급 수비수가 모두 부상으로 나가떨어진 상태다. 때문에 적극적인 경기를 위해 수비라인을 전진시킬 때 뒷공간을 안정적으로 보호해줄 선수가 없다시피 하다. 박 위원은 “반다이크가 아웃된 뒤 고메즈가 생각보다 잘해줬고, (미드필더) 파비뉴도 수비를 그런대로 메우긴 했다”면서도 “어려운 상황을 위닝멘탈리티로 버티고 있는 터라 (토트넘전을 포함한) 이달이 꽤 위험한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리버풀은 측면 수비에서 토트넘에 비교 우위가 있다. 리버풀의 좌우 풀백인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트의 수준은 유럽 전체를 놓고 봐도 위력 면에서 수위를 다툴만한 조합이다. 다만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어느 쪽에서 뛰느냐에 따라 리버풀의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 가담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먹을 것 없이 소문난 잔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리버풀이 위르겐 클롭 감독의 주무기인 ‘게겐 프레싱’을 구사하며 본 모습대로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역습이 주력인 주제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은 리버풀이 수비적으로 나설 경우 역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지 못할 수 있다.
박찬하 위원은 “올 시즌 상위권 팀들이 일정에 힘겨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 때문에 이번 경기도 적극적으로 승점을 따내기보다 잃지 않으려 하는 경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팀 컬러 상으로는 상반되는 양 팀의 스타일 덕에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