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FA 시장 선방… 스토브리그 ‘반환점’

입력 2020-12-16 15:23
두산 베어스는 16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외야수 정수빈(오른쪽)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가 내야수 허경민(30)에 이어 외야수 정수빈(30)을 붙잡았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7명 가운데 2명을 놓쳤지만 내·외야의 핵심 자원 1명씩을 ‘장기 계약’으로 묶어 전력 이탈을 최소화했다. 이제 두산에 남은 FA는 3명. 그 영역을 10개 구단으로 확장하면 FA 16명 가운데 9명의 계약이 남았다. 이제 두산의 김재호(35)와 더불어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양현종(32·KIA 타이거즈) 같은 베테랑의 거취가 스토브리그 후반부 시장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 계약’으로 집안 단속하는 두산

두산은 16일 “정수빈과 계약기간 6년에 계약금 16억원, 연봉 총액 3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모두 포함해 56억원으로 FA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정수빈은 2009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로 지명한 두산에서 한 번도 이적하지 않고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빠른 발을 활용해 타석에서 테이블세터로, 외야의 폭넓은 수비를 책임지는 중견수 자원이다. 올 시즌 141경기에서 146안타(5홈런) 15도루 59타점 84득점 타율 0.298을 기록했다.

정수빈은 “매우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에 감사하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전보다 더 열심히 뛰겠다”며 “은퇴할 때까지 ‘베어스맨’이 된 것 같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비시즌 중 한화 이글스와 FA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은 앞으로 6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해 정수빈의 마음을 돌려놨다. 앞서 지난 10일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3+4년’에 최대 85억원으로 계약한 허경민에게 그랬던 것처럼 ‘장기 계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비록 내야수 오재일(34·삼성 라이온즈)·최주환(32·SK 와이번스)을 놓쳤지만, 시즌 내내 거론된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와 FA 시장에 가장 많은 선수들이 쏟아진 점을 감안하면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의 ‘집안 단속’은 순조로운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산은 내야수 김재호, 투수 유희관(34)·이용찬(31)과 남은 FA 계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스토브리그 후반부 관심은 베테랑 거취

이제 시선은 두산 밖으로도 분산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대호, 양현종의 거취다. 이대호의 경우 마흔을 앞둔 상황에서 선수로는 마지막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2011년부터 20년의 프로인생 가운데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진출한 2012~2016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15년을 모두 롯데에서 활약한 부산 토박이다.

이대호는 2017년 롯데로 돌아오면서 4년 총액 15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비시즌 중 진행될 협상에서 몸값과 계약기간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관심사다. 이대호와 비슷한 연령대의 FA인 최형우(37·KIA)의 경우 앞서 지난 14일 소속팀과 3년간 총액 47억원에 잔류 계약을 맺고 마흔 살까지 현역 기간을 보장받았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된 미국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시장이 변수로 남았다. 양현종은 올 시즌 정규리그 7위로 가을야구 진출이 불발된 KIA에서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로 마운드를 지탱했다. 가장 많은 31경기(172⅓이닝)를 책임진 제1선발이다. 양현종의 잔류는 KIA에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각 구단들의 수익 악화에도 50억원 안팎의 FA 계약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KT 위즈는 이날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와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최대 30만 달러를 포함한 총액 110만 달러(약 12억원)에 재계약했다. 올해 한국프로야구로 데뷔한 데스파이네는 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해 KT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타선을 보강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는 일본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우타자 호세 피렐라(31)를 총액 80만 달러에 영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경험도 가진 자원이다. 삼성은 피렐라를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타자”라고 소개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와 좌익수로 뛰었다. 한국에서는 코너 외야수를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