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16일 검찰 내부에서는 “법치주의가 무너졌다” “참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가 이뤄질 당시 전국의 평검사 등이 ‘위법·부당하다’는 뜻을 밝혔었기 때문에 이후 집단 반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부장검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을 때부터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며 “인민재판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징계위가 인정한 4가지 징계 혐의가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다른 부장검사는 “법과 양심에 따른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의를 부정했다”며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이뤄진 징계 청구와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결론에 대해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감찰의 절차적 문제, 징계위 구성의 편향성 등을 지적하는 말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결국 추 장관의 뜻대로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는 취지다. 한 평검사는 “법치주의의 크나큰 후퇴를 목도했다”며 “헌정사에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박탈하는 징계가 결정된 만큼 윤 총장이 지휘해 온 주요 수사들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징계든, 해임이든 결국 윤 총장의 지휘권이 다시금 박탈된 것”이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월성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대전지검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중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었다. 이 부장검사는 “이번 징계를 통해 검찰총장 무력화에 성공한 셈”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도 징계위 결정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다.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그렇게 ‘공정’을 이야기하더니 결국 ‘답정너’였다”고 썼다. 한 평검사는 최종 징계 집행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번 사례가 대한민국 사법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것 아닌지 숙고해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했다.
이날 검찰 내부에서는 한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이미지 파일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검사는 검찰청 로고 하단에 ‘Keep calm, carry on and remember’라는 문구를 새긴 이미지를 게시판에 올렸다. 이 문구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그리고 기억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