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 측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정경심 교수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김씨가 먼저 증거은닉 범행을 제안했다”는 정 교수 진술에 대한 항변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신) 심리로 16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정 교수의 지시에 따라 증거은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이 증거은닉 범행을 먼저 제안했다는 정 교수 진술은 극히 신빙성이 결여됐고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정 교수 지시를 받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의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 등을 은닉한 혐의(증거은닉)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김씨 측은 “피고인은 책임을 미루고 있는 정 교수의 태도에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정 교수의 갑작스러운 (하드디스크 등의) 반출 지시를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하고 관계를 영구적으로 단절하기 어려웠다”며 “당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명확한 상하관계, 갑을관계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 측은 오히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자문을 구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씨 측은 “정 교수는 영문학 교수로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조 전 장관은 법률 전문가”라며 “피고인이 제안했더라도 남편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고 피고인이 하자는 대로 했을 리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지만 중대한 범행인 점을 고려해달라”며 1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입장에 변화가 있던 건 아니다”며 선처를 구했다. 김씨 측은 항소심 첫 공판에서 정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김씨의 항소심 선고는 내년 2월 5일 열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