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오염수 안전해요”…일본, 홍보예산만 53억 추가편성

입력 2020-12-16 11:00 수정 2020-12-16 11:06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시화된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정부가 관련 홍보예산으로 50억원이 넘는 돈을 편성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으로 이주하면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에 더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2020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홍보비 5억엔(약 53억원)을 반영했다. 이는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위험 농도를 낮춘 뒤 바다에 흘려보내면 안전하다는 입장을 국내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돈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매일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안의 용융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여 있다. 일단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 탱크에 저장하고 있지만 2022년 10월이면 가득 찬다. 스가 총리는 이를 두고 해양 방류로 방침을 굳힌 상태지만 어민들과 주변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에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4월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둘러보고 있다. AP 뉴시스

이번 예산 책정은 오염수 배출로 일본 해산물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거나 다른 정보가 퍼져 자국 식품에 대한 국제적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애초 ‘오염수’라는 단어가 일으키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고자 ‘처리수’라는 별도 명칭을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한다 해도 삼중수소(트리튬)가 그대로 남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삼중수소는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지만 몸에 쌓이면 내부피폭의 위험이 크다.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이 일어나면 유전자 변형,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가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평균 58만 베크렐(㏃)로 일본 배출 기준치인 6만㏃을 훨씬 뛰어넘는다.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은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앞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12개 시·정·촌(기초지방자치단체)으로 이주하는 이들에게 가구당 최대 200만엔(약 2098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러한 방침에 “정부, 정치인부터 먼저 이사하라”는 힐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