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는 조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통해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라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특파원들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올 한해 한·미 외교현안을 평가하고, 내년도 한·미 외교 전망과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사는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내년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과정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큰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이어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중국 정책방향과 자유주의적 다자질서 복원 움직임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추이에 맞춰 한·미 간 보건협력도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그러나 “현재까지 바이든 인수위원회가 외국 정부와의 정책 대화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라며 “여전히 (바이든) 인수위원회와의 직접 접촉은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사는 “다행히 주미대사관은 대선 이전부터 바이든 진영 주요 인사들과 미리 접촉해 유대를 만들어 둘 수 있었다”면서 “인수위에 업무 브리핑을 해주는 주체는 미 행정부 각 부처이고, 이들과는 우리가 상시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인수인계 동향과 주안점을 파악해 가면서 필요할 경우 우리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또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방식의 외교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바이든 진영에선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고 한반도 문제에 깊은 이해를 가진 외교·국방 전문가들이 등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사는 “한반도 문제와 한·미 동맹 현안에 있어 올 한해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북한과의 대화재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북한이 대화로 돌아오지 못한 것은 북한 내부 상황과 전략적 고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코로나 상황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그렇다고 해서) 의미 없는 한해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면서 “무엇보다 한·미는 한반도 문제에서 빈틈없는 공조를 유지했고 그 결과 큰 긴장 고조 없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이(코로나19)를 중국이 만들어낸 위기로 간주했고, 중국도 거칠게 대응했다”면서 “이 대립은 미·중 갈등이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출될 수 있으며,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극적으로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