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얼굴 없는 천사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혹독한 추위와 코로나19 확산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고 있다.
충북 제천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통 큰 기부에 나서면서 18년째 선행을 이어갔다.
16일 제천시에 따르면 지난 9일 한 연탄 판매업체가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 전화를 걸어 “익명의 독지가가 연탄을 구매해 시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시는 이 업체가 팩스로 보내온 보관증을 확인한 결과 익명의 독지가가 연탄 2만장을 시에 기탁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결제 금액은 1420만원이었다.
시가 업체를 통해 기탁자를 만나려 했지만 그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는 말만 남긴 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는 이번에 연탄을 기부한 독지가가 2003년부터 해마다 이맘때 연탄을 기증해온 기부 천사로 보고 있다. 업체를 통해 기부 의사를 밝히고 보관증을 전달하는 방법이 동일하고 한 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번 2만장의 연탄을 보내오기 때문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기탁자의 뜻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괴산에 우체통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이 익명의 독지가는 봉투에 ‘불우한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적은 금액이라 송구스럽습니다’라는 짤막한 글귀와 함께 5만원권 지폐 20장을 담은 편지봉투를 우체통에 넣고 사라졌다.
괴산군은 기부 방식이나 메모의 필체 등으로 미뤄 2018년과 지난해 온정을 베풀었던 익명의 기부자가 올해도 선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쌀 10㎏짜리 30포대(100만원 상당)가 괴산군 불정면사무소에 배달됐다. 불정면에 산다고만 밝힌 이 기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위해 써 달라”며 “더 많이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 기부자는 지난해 연말에도 쌀 10㎏짜리 50포대를 기탁했다.
충북 영동의 기부자는 다량의 전기매트를 기탁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익명의 기부자는 최근 전기매트 50개(350만원 상당)를 영동읍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고향이 영동이라고 밝히며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해달라며 전기매트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자는 지난해 영동읍행정복지센터에 전자레인지 30대(330만원 상당)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고향인 영동에서 나눔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인 나눔 참여의 뜻을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