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 공백은 어쩌나… 윤석열, 보름 만에 또 정직

입력 2020-12-16 07:18 수정 2020-12-16 10:04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저녁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면서 당장 수사지휘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차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전방위 감찰, 직무정지 조치 등 윤 총장을 상대로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압박 카드는 이날 정직 2개월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징계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 사유로 제시한 윤 총장의 비위 혐의 6가지 중 판사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언론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총장 대면조사 방해 등 4가지에 징계 사유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가운데 언론사주와의 접촉, 총장 대면조사 방해는 사유가 있지만 징계하지 않기로 하는 ‘불문’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판사 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3가지 혐의만 정직 처분의 이유가 된 셈이다.

이로써 윤 총장은 지난 1일 직무 복귀 보름 만에 다시 업무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였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가 정지됐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1주일 만인 지난 1일 다시 총장직에 복귀한 상태다.

이번 징계위 결정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중징계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윤 총장 임기가 7개월 정도 남은 점을 고려하면 정직 2개월의 처분도 중징계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윤 총장의 부재로 당장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청와대와 여권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성원전 수사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은 윤 총장이 직무 복귀 기간 직접 사건을 챙기며 지휘할 만큼 관심이 컸다는 점에서 ‘지휘 공백’ 우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은 직무 복귀 직후인 지난 2일 대전지검 원전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지휘했으며 결국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을 구속했다.

지난 4일에는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이 숨진 채 발견되자 윤 총장은 즉각 인권침해 여부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의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전날 국무회의를 통과해 즉시 공포·시행된 점도 검찰 내 위기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올해 초 검찰청법 개정으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로 한정되는 등 쪼그라든 상태다.

여기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마저 공수처가 전담하면 사실상 검찰의 수사 범위는 일부 부처의 경우 중간 간부에 한정된다. 추 장관은 전면적인 수사·기소권 분리를 강조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 범위는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면적인 수사시스템 개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두 달간의 부재는 곧 경찰·공수처를 상대로 한 검찰의 대응력을 더욱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윤 총장 측이 이미 징계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이번 징계 처분을 둘러싼 절차적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문제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절차적 결함’은 처분의 무효 여부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분간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총장직 복귀 결정,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직무배제 처분 부당’ 의견 권고 등으로 추 장관의 징계 추진 과정이 사실상 ‘총장 찍어내기’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징계 의결이 끝난 직후 “징계위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노력을 다했다”며 “절차에 있어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