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징계 절차 및 사유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징계 처분이 의결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시했던 다수의 징계 사유가 결국 해임, 면직 사유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검사징계위는 이날 오전 4시47분쯤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게 적용됐던 6가지 징계 사유 중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관련 감찰 및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이 징계 근거로 꼽혔다. 징계위는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검사징계위 절차에 있어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사 징계는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처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위 의결을 그대로 재가할 전망이다. 징계위에서는 징계 수위를 놓고 상당한 격론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직 징계는 처음 징계청구가 이뤄졌을 때 예상된 해임 처분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총장을 해임할 경우 검찰청법상 보장된 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남은 임기가 7개월 정도라는 점에서 정직 처분은 사실상의 해임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정직 징계 효력을 정지 시켜달라는 내용의 집행정지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번 징계 자체가 위법·부당했고 징계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직무배제 처분 집행정지에서는 윤 총장이 승소했지만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도 인용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윤 총장은 사실상 ‘식물 총장’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직 기간 법무부는 검찰 인사를 통해 재차 윤 총장 힘 빼기에 나설 수 있다. 징계 청구 이후 윤 총장 편에 섰던 간부들이 대거 좌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 내부망에는 ‘윤 총장을 정직시킨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총동원해 어떻게든 (윤 총장을) 수사하고 기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권은 윤 총장의 비위가 징계위에서 인정됐다며 퇴진을 재차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실상 해임, 면직, 장기간의 정직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운 징계 사유를 두고 무리하게 검찰총장 징계를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징계 사유의 중대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징계위가 최대한 후폭풍을 줄이는 방향으로 절충형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열린 징계위의 2차 심의는 증인심문부터 최종 의결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은 증인심문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의견을 진술할 추가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5일은 윤 총장의 음력 환갑 생일이었다.
징계위의 토론은 자정을 훌쩍 넘긴 16일 새벽까지 계속됐고 오전 4시쯤 종료됐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는 “해임부터 정직 6개월과 4개월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양정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허경구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