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판사들의 것이 아닙니다. 법원의 국민의 것이고 판사는 법원을 빌려 쓰는 겁니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중법정 311호.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처음 출석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언 말미에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밝힌 소회다.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형사36부)는 이 의원의 발언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이 의원은 이날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에 출석했다. 이 의원은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처음 폭로한 인물이다. 임 전 차장은 당시 행정처 심의관이었던 그의 직속 상사였다.
이 의원은 “피고인(임종헌)이 2017년 사석에서 가장 많이 말한 게 ‘법원은 판사들의 것이고, 우리는 법원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었다”며 “죄송하지만 저는 이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국민들의 것이고 판사들은 법원을 빌려 쓰는 것”이라며 “여기 법정에 있는 모든 물건들, 법대와 법복은 다 세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7년 대법원의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 대한 회한도 밝혔다. 그는 “법원에서 1차 조사를 할 때 피고인을 포함해 같이 조사받았던 다른 판사들이 사실대로만 얘기했으면, 2차 조사나 3차 조사 때라도 있는 그대로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울먹였다. 이어 “저는 직업도 바뀌었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며 “법원 전체가 이 일을 겪고 나서 직업윤리가 확립되면 좋겠다. 다신 이런 일이 안 벌어질 거란 믿음을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행정처로부터 사건 관련 연락을 받은 이른바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일부 법관이 “조언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도 성토했다. 그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런 조언이 있었다는 걸 당시 재판 받는 사람들에게 얘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는 “저는 인생도 바뀌었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법원이 많이 변화되고 다시 국민의 신뢰받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