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인터넷 공룡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향해 반독점 채찍을 휘두르자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규제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연기했던 중국 금융당국은 한층 강화된 증시 상장·퇴출 규정을 내놨다.
15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는 전날 밤 신규 상장 및 상장 폐지 규정에 관한 의견수렴안을 공개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새 규정은 부실기업 퇴출에 초점을 맞춘 매우 엄격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새 규정이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자본시장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펑 중국 인민대 부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핀테크, 디지털 경제, 플랫폼 기업의 획기적 발전은 전통적인 규제 시스템과는 맞지 않았고 이들은 법 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제도 개혁은 신경제 기업 모두를 감독 대상에 넣는 것”이라며 “일부 거대 기업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경제는 내수 강화와 함께 금융 시장을 개방하는 쌍순환 전략에 착수했다”며 “외국계 투자기관이나 증권사가 진출하기 전 가능한 한 빨리 중국 국내 금융시장이 선진화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우한과학기술대 금융증권연구소 둥덩신 소장도 “새로운 규정은 많은 지표를 계량화함으로써 더 쉽고 법에 근거해 운용될 것”이라며 “이것은 여론 수렴을 위해 발행된 버전이지만 (실제 규정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증시 규정을 손보는 것과 함께 반독점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하에 중국인의 일상 생활을 점령할 만큼 성장한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총국)이 전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반독점법 규정을 위반했다며 각각 50만위안(약 8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건 상징적인 일이다. 총국은 티몰과 타오바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둔 알리바바가 2014~2017년 백화점을 운영하는 인타이상업 지분을 신고 없이 인수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텐센트는 독서 콘텐츠 업체인 위원이 지난해 8월 영화·드라마 콘텐츠 제작사인 신메이리미디어 지분을 100% 인수한 것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지목됐다.
벌금 액수는 크지 않지만 중국 당국이 반독점 규제를 정책 기조로 내세운 이후 처음 칼날을 빼든 것이어서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는 평가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11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내년도 각 분야 정책을 논의하면서 경제 분야 핵심 키워드로 반독점 규제와 부동산 안정을 제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총국의 벌금 부과는 산을 뒤흔들어 호랑이를 놀라게 한 것으로 사회에 매우 강렬한 신호를 보냈다”며 “시장에는 눈이 있고 법에는 이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기업들은 이번 일을 계기 삼아 법률을 성실하게 숙지하고 경영 행태를 돌아보면서 반독점 조사에 적극 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지난 10월 금융당국의 보수적 감독 기조를 공개 비판한 이후 강화됐다. 중국 금융당국은 마윈을 불러들여 ‘면담’을 실시했고, 지난달 3일에는 공모주 청약에만 2조8000억달러(약 3178조원)가 몰린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전격 연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