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감지? 尹 지지자들에 “이제 나오지 마시라”

입력 2020-12-15 17:46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15일 오전 9시1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정문에서 관용차를 멈춰 세웠다. 차량에서 내린 그는 ‘헌법수호’ ‘법치수호’ 현수막을 들고 자신을 응원하는 집회를 하는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윤 총장은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 이제 나오지 마시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제 그만하셔도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다”고 말한 뒤 다시 차량에 탑승했다.

윤 총장은 평소 대검 지하주차장까지 이동한 뒤 집무실로 출근했다. 예정에 없던 행보에 검찰 내부에서는 “마지막 출근일일 수 있어 ‘이제 나오지 마시라’고 말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법무부에서는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징계위원회가 지난 10일에 이어 열렸다. 징계위는 애초 이날 결론을 내릴 것임을 예고했었고 증인심문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징계위의 결론에 따라 ‘마지막 출근’일 수도 있는 날이었지만, 윤 총장은 평소와 똑같이 업무를 수행했다. 특별변호인들의 기피신청이 기각됐다는 등 징계위 관련 소식이 언론에서 쏟아지는 중에도 대검 참모들에게 보고를 받으며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고 한다. 윤 총장 주변에서는 그가 지난 10일처럼 징계위 대신 대검으로 출근할 것이라고 애초부터 예상했다. 평검사부터 고검장까지 검찰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 자체가 위법하다는 성명을 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했다.

윤 총장은 징계혐의자로서 징계위에 출석해 최종의견을 진술하는 대신 현안을 점검했다. 윤 총장은 형사정책담당관실로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일선청의 반응 등을 심도 있게 보고받았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에도 약 1시간에 걸쳐 보고를 받았었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이 부여되고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6대 부패범죄 등에 한정되는 변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대검은 지난 7일 일선청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고 일선청으로부터 거꾸로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중이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총장의 최고 현안은 결국 형사사법과 관련한 개정법의 시행”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예전 제도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들에게 불편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불편 최소화 방안을 주문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징계위와 관련해서는 가까운 주변에도 말을 아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그의 징계가 청구된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의 절차적 문제, 징계위 구성 편향성 등을 지적하는 말이 끊임없었다. 징계의 결론이 예정돼 있다는 말마저 나돌았다. 정작 당사자인 윤 총장은 출근해서는 말이 없었고, 특별변호인들에게만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징계위 진행 중 윤 총장 측근들이 감지한 그의 가장 큰 변화는 우스꽝스럽게도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다. 윤 총장은 최근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이라는 영어 문구를 스스로 써 올렸다. 그가 충암고를 다닐 때 영어 선생님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가르쳤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강조했던 문구라 한다. 그의 고교 친구인 윤홍근 변호사가 지난 10일 자동차 사고로 사망해 이 문구를 되새겼으리라는 말도 나온다. 윤 총장은 징계위가 진행되는 중에도 윤 변호사의 빈소를 찾았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