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수단의 운행을 끊어버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과민 대응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자들이 차단되면서 또 다른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현지시간) 함경북도의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부터 중앙 지시로 북한 전역을 잇는 대중교통망이 모두 정지됐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RFA에 “악성 비루스(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열차와 버스, 서비차(개인이 운영하는 영리 목적 운송 차량) 운행을 금지한 것”이라며 “그간 방역을 이유로 주민들의 타지역 이동을 통제해온 당국이 이제는 대중교통수단을 원천 차단하고 나선 셈”이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청진, 평안북도 신의주 등 지방에서는 타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운행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직 수도 평양에서만 전철과 버스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RFA에 “평양과 지방도시들을 연결하는 기차와 버스 등 교통수단이 모두 끊어졌고 평양을 오가는 통로를 국가보위성(북 정보기관)과 군 경무부(헌병)가 엄격히 통제하면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평양으로 들어오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지역은 시내 대중교통도 다 차단됐지만 평양 안에서는 전철과 버스가 계속 운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과민 반응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CNN방송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생명줄인 중국마저 끊어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이 인용한 중국 해관총서가 발간한 북·중 품목별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25만3000달러에 불과했다. 직전 달인 9월 1888만달러와 비교해 99%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북한의 극단적 봉쇄 조치가 오히려 결핵 등 또 다른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날 ‘전문가들은 북한의 결핵약이 바닥나기 직전이라고 경고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구호기구들마저 북한을 오가지 못하면서 국제사회가 공급하던 결핵 치료제가 고갈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결핵 고위험국이다.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결핵 발병률을 보인다. 미국 인도주의 단체 관계자는 사이언스에 “결핵 환자 한 명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10~15명에게 병을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