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좀처럼 꺾이지 않자 시민들이 정부의 초강도 방역 조치에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미용실이나 백화점 등 일상과 밀접한 시설들이 전면 영업중지되기 때문이다. 미리 염색 예약을 잡아놓는가 하면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필요 이상으로 구비하려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60대 여성 최모씨는 15일 자주 다니던 미용실에 급히 ‘뿌리 염색’ 예약을 걸어뒀다. 최씨는 “거리두기 3단계가 발표되면 미용실이 문 닫기 전에 갑작스럽게 예약자가 몰릴 것 같아 미리 염색을 받아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는 식료품을 조금씩 사두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주부 이모씨는 “최근에 마트로 장을 보러 갔는데 직접 보고 골라야 하는 식재료를 포함해서 멸균우유나 치즈 등 오래 보관 가능한 유제품들을 필요한 것보다 일부러 몇 개 더 장바구니에 넣었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라면이나 생수같은 필수품은 미리 사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인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연로한 부모님을 위해 직접 고향댁에 생필품 장을 봐드리거나 배달을 넣어드리려 한다는 지인의 사례도 소개했다.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는 거리두기 3단계에서 영업이 중단될지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형 유통시설(종합소매업 면적 300㎡ 이상)은 문을 닫아야 하지만 마트와 편의점은 필수 시설로 분류돼 집합금지 제외 시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직 거리두기 3단계 영업과 관련해 정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 일단 두고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1년 가까이 답답한 일상을 겪었던 젊은층에서는 취미생활이 또다시 제약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평소 ‘혼영(혼자 영화보기)’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던 대학생 김모(23)씨는 영화관이 문을 닫을까봐 초조하다. 김씨는 “지난 10일 개봉한 한 영화를 다음 주말에 친구와 함께 보려고 예약해뒀는데 확진자 수를 보니 당장 이번 주로 앞당겨야 할지 고민”이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영화 개봉이 미뤄지면서 영화관 갈 일이 적었는데 간만에 나온 신작마저도 못 보게 될 지경”이라고 속상해했다.
겨울마다 프로농구 직관을 가서 고향팀을 응원했던 직장인 조모(32·여)씨도 다음 주말에 보려고 했던 경기 티켓을 취소하고 이번 주 금요일 경기로 다시 예약했다. 조씨는 “관중 수를 줄여가면서도 겨우 경기를 볼 수 있나 했더니 다시 경기가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며 “최근 올스타 투표를 진행하면서 흥이 오르고 있었는데 지난 시즌처럼 갑자기 1, 2위 팀을 정해버리고 시즌을 마감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