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이 받았다는 보금자리론, 이제 서울에선 그림의 떡?

입력 2020-12-15 16:19 수정 2020-12-15 16:45

무주택 실수요자가 많이 이용하는 정책 대출인 보금자리론의 판매액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 이내에서 최대 3억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귀해지자, 서민들이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3분기 보금자리론 신규 판매액은 5조1031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3% 가량 줄었다. 1분기는 17조2492억원, 2분기 5조8857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7월 판매액은 1조4639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역별 판매 금액은 3분기 기준 서울 8000억원(15.6%), 경기 1조8000억원(35.2%), 인천 3000억원(5.8%), 기타 지역 2조1000억원(41.1%)이었다.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판매액이 급증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몰리자 정부가 보금자리론을 대안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 안심전환대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대출 차주의 수요가 보금자리론으로 일부 넘어오면서 지난해 4분기 판매액은 19조2503억원에 달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분위기는 더 심해졌는데도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 자체가 줄어든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감정원 시세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에 서울 아파트 중 6억원 이하는 67%였으나, 지난 6월 말에는 29%로 ‘반토막’ 났다. 반면 같은 기간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은 15%에서 39%로 배 이상 늘었다.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위해 발품 팔고 있지만, 조건이 괜찮은 아파트는 죄다 6억원을 넘는다”며 “신용대출도 점차 막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집을 구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보금자리론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4년 전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사는 데 활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최근 관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2006년 방배동의 아파트를 카드사 대출을 이용해 구매했다는 논란이 일자 “당시 보금자리론으로 대출 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서울 내 주택 구입 부담은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3분기 주택구입부담 지수는 직전 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한 144.5를 기록했는데, 2009년 4분기(150.8) 이후 가장 높다. 주택구입부담 지수란 소득이 중간인 가구가 평균 가격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이면 소득 가운데 약 25%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