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려는 두 살 아이와 그 가족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가족 측은 “굴욕적이었다”고 했지만, 항공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대응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강제 하차한 엘리즈 오번 가족의 사연을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번은 “너무 충격적이고 굴욕적이었다”고 호소했다.
지난 11일 오번은 비행기에서 하차한 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오번의 남편이 2살 난 딸에게 마스크를 씌우려고 쩔쩔매는 모습이 담겼다. 딸은 몸부림치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그러자 한 승무원이 오번의 가족에게 비행기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오번의 남편이 딸의 얼굴에 마스크를 댄 채 붙잡고 있겠다고 했으나 승무원은 마스크 착용 규정을 설명하며 “죄송하지만 이미 기회를 드렸다. 비행기에서 내려달라”고 말했다. 결국 오번 가족은 하차했다.
오번은 폭스뉴스에 “우리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프리미어 회원이다. 두 달 전에도 비행기를 탔었다. 다른 가족들이 전부 동부에 살아서, 아이 조부모가 손녀를 보려면 우리가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번은 딸에게 마스크를 채우려고 애쓰는 동안 항공사로부터 어떤 경고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탑승 후 승무원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뭘 하는지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책임자가 와서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직원과 탑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우리는 이를 위해 여러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두 살 이상의 모든 승객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또한 CDC의 가이드라인 및 협력 병원의 자문에 따른 것이며, 모든 주요 항공사가 이런 규정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승무원은 탑승 수속 때 두 살 이상의 승객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공지했고, 마스크가 없는 승객에게는 여분의 마스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비행기 내에서 승객들은 일행이라도 모두 한 자리씩 건너 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번의 영상은 트위터 등에서 수 만회 공유되며 널리 퍼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오번의 분노에 공감하는 의견과 항공사의 대처를 지지하는 의견이 대립했다. 한쪽에선 “고작 두 살배기 아기다. 아기에게 규정을 이해시키고 강제하긴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고객에게 굴욕을 줬어야 했냐” “한 칸씩 띄워 앉았고, 아이 아버지가 마스크를 쥐고 있겠다지 않냐”고 했다. 반대쪽에서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아이가 규칙에 따르도록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