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실상 영업을 못 하거나 제한됐는데도 고스란히 나가는 임대료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임대료 부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는 올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감염병 등으로 경제 사정이 바뀌어 기존 임대료가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지난 9월29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는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줘 유인하는 것 외에 임대료 인하를 강제할 수단은 없었다. 민간 건물주의 재산권에 해당하는 임대료 인하를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훨씬 심한 코로나19 대유행 속 ‘셧다운’을 경험했던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미국의 경우 사태 초반부터 임대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강제로 임차인을 내쫓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 퇴거 유예 조치를 도입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상당수 지역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 구제법(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 CARES 법)을 제정, 7월까지 주택과 상가에서 임대료를 못 낸 임차인을 강제로 내쫓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에서 관련 법이 9월에서야 통과된 것에 비하면 훨씬 앞서있다. 이후에도 코로나19 유행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이 한시적 조치는 올해 말까지 연장됐다.
영국 역시 지난 3월 코로나바이러스법(Coronavirus Act 2020)을 제정해 주택과 상가에서 임차인이 임대료를 밀렸을 때 임대인이 계약종료를 미리 통보해야 하는 기간을 2주~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했다. 이어 최근에는 다시 6개월로 연장했다. 명도소송 절차도 아예 중지시켰다.
물론 이 같은 조치도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임대인들도 더 버티기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 역시 시간을 유예받았을 뿐이기 때문에 이 조치가 끝남과 동시에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실제 현재 미국에서는 연말로 끝나는 강제퇴거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길거리로 나 앉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코로나 19까지 심각하게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임대료 자체를 인하하는 조치를 도입한 국가도 있다. 지난 10월 국회도서관이 발행한 ‘최신외국입법정보’를 보면 캐나다는 코로나19로 극심한 피해를 본 임차인이 요청할 경우 임대료를 25%만 내게 하고 정부가 일부를 보조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호주 연방정부도 지난 4월부터 임대차 관련 ‘의무행동강령’을 마련해 임대인이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면 임차인의 임대료도 동일하게 감액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춰야 한다는 뜻으로 임대료멈춤법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출신인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상업시설 집합금지 명령이 있으면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집합제한 기간에는 최대 2분의 1까지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지난 9월에 개정된 법안에서 한 발 더 나간 내용이다. 다만 이 경우 임대인인 건물주 등의 부담을 낮출 방안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와 관련 “캐나다 사례처럼 금융지원 시에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을 같이 논의해 보려고 한다”면서 “임대인들도 대출이자와 상환에 대한 부담이 생길 텐데, 금융 당국과 조율을 해서 법안에는 이자를 감면하거나 대출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세재혜택은 정부와 논의할 수 있고, 금융권의 이자 문제나 대출원리금 상환 경우는 금융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를 해줘야 된다고 보는데 법으로 강제할 순 없어 정치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