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한 뒤 지난 12일 출소한 조두순(68)의 아내를 세입자로 들인 집주인이 조씨 거주를 뒤늦게 알게 돼 나가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전 국민의 분노 대상인 흉악범을 세입자로 두게 된 집주인이 직면한 당혹스러운 상황에 많은 이들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조씨 아내는 갈 곳이 없다며 집주인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으로는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이들을 내보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주민 등에 따르면 출소한 조두순이 사는 입주 주택(2층)의 집주인은 지난달 중순쯤 조두순의 아내 오모씨와 2년 계약 조건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는 30만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지난달 25일 안산시에 전입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 집으로 이사했다.
집주인은 계약 당시만 해도 오씨가 조두순의 아내란 사실을 몰랐다. 조두순 출소 시점이 다가오고 거주지가 화제가 되면서 자신이 조두순에게 세를 내주게 됐단 사실을 알게 된 집주인은 오씨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오씨는 “이사할 곳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신원이 알려져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을 조두순 부부가 이사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안 된 이 집 계약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이 이들 부부를 내보낼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다. 임대차계약이 2년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계약을 중도 해지하려면 당사자에게 계약상의 귀책 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의 김민호 변호사는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존속하는 계약을 해지하려면, 채무 불이행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의적인 과실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남편이 전과자임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법상 집주인인 임대인이 임차인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는 임차인, 즉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월세(차임)를 2번 이상 연체한 경우, 해당 주택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심하게 훼손한 경우 등으로 정하고 있다.
조두순 부부가 앞으로 월세를 두 번 이상 제대로 못 내거나 집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조두순 출소를 전후로 거주지 주변 지역 주민들은 여러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두순 출소를 두 달여 앞둔 지난 9월 말 일명 ‘‘조두순 격리법’-‘보호수용법’ 제정을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는 등 지역 주민들의 강한 요청이 있었으나 실현되진 못했다.
지난 12일 조두순의 출소 이후 거주지 주변에 유튜버 등이 몰려와 소란을 피워 주민들이 경찰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한 상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웃 주민이 쓴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조두순 거주 주택 3층에 거주하는 세입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월세를 양도하고 이사가고 싶다”는 글과 함께 실제 거주 중인 사실을 인증하는 짤막한 영상을 올렸다. 그는 “한 달 전 이사했다. 그다음 (조두순 아내가) 이사 온 것 같다”며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빼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주인은 기다리라고만 하고 답이 없다. 진짜 이사가고 싶다. 미쳐버리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조두순은 발목에 전자장치와 휴대용 추적장치를 부착한 상태다. 법무부 중앙통제센터와 관할 보호관찰소는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고 전담 보호 관찰관이 1대 1로 따라붙어 모니터링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