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유동 인구 20만명이 넘는 서울 강남역에서 오랜 기간 껌을 팔아와 ‘강남역 껌 파는 할머니’로 불린 한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네티즌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가 아침저녁으로 앉아 껌을 팔던 계단에는 꽃과 음료수, 쪽지 등이 놓여 있다고 한다.
강남역 껌 파는 할머니 별세 소식은 지난 4월 유튜브에 공개된 ‘94세 할머니는 왜, 하루종일 껌을 파나?’라는 KBS ‘제보자들’ 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알려졌다. 한 네티즌은 “같은 건물에 가끔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 인사드렸던 사람”이라며 “오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부자도 아니시며 재산도 없으시고 그저 쓸쓸히 돌아가신 고독하신 노인이셨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짜뉴스와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인 양 욕하는 것을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강남역 계단을 지켜온 할머니의 부재는 많은 이들이 걱정을 샀다. 그런 와중에 전해진 할머니 별세 소식에 추모 댓글이 이어졌다. 할머니가 늘 앉아 있던 자리에서 ‘편하게 주무시라’는 쪽지와 함께 놓인 꽃다발을 봤다는 네티즌은 “할머니 오늘 강남역 갔다 오는 길에 안 보이셔서 놀랐다. 부디 영면하시라.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다”고 썼다. 별세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강남역에 다녀왔다는 한 네티즌은 “항상 오며 가며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때마다 살갑게 반겨주셨는데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껌을 팔라고 강요한 배후 세력이 있다거나 할머니를 방치한 자식을 비난하는 댓글 등을 염두한 듯 “인터넷에 올라온 소문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할머니를 오래 지나쳤지만 미처 껌을 사지 못했다는 네티즌의 후회도 이어졌다. “바쁘고 현금 없다고 지나친 날들이 너무 죄송스럽고 후회된다” “껌을 산 적이 없어 말 한마디 건네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등의 마음이 댓글로 전해졌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재생되지 않기도 합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방송된 제보자들에 소개된 강남역 껌 파는 할머니는 가난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자식 걱정에 하루종일 강남역 찬 바닥에서 껌을 팔았다. “외제차를 가진 아들이 할머니를 강남역까지 모셔다드린다” “할머니가 빌딩을 가진 건물주다” 등의 항간의 소문이 있었지만, 할머니는 상가 건물 지하방에서 홀로 살았다. 장성한 자식들이 있었지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보자들 제작진이 깨끗하게 청소한 방을 보고 “처음으로 귀염받았다”며 소녀처럼 좋아하던 할머니는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들딸 괴롭게 안 하고 걸어 다닐 때 얼른 눈 감고 싶다”고 답했다.
노년 대부분 시간을 찬 바닥에서 꾸벅꾸벅 졸며, 찬밥으로 허기를 채우던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던 이들은 “그곳에서 편히 쉬시며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네티즌 댓글에 공감을 누르고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