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바이든 아들 수사 왜 감췄나”…트럼프, 법무장관 ‘경질’

입력 2020-12-15 10:25
트럼프, 윌리엄 바 법무장관 해임 트위터로 알려
바 “부정선거 증거 발견 못해” 발언에 트럼프 격분
트럼프, 대선 때 바이든 아들 수사 사실 감췄다고 의심
다음 살생부 리스트에 CIA·FBI 국장 등 거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지난 3월 23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코로나19 브리핑에 함께 참석했던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크리스마스 직전에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때 충복이자 ‘예스맨’이었던 바 장관의 경질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이 부정 선거 증거가 없다고 밝힌 데 대해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정타는 바 장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바 장관이 미국 대선 기간에 이 사실을 감춘 것에 대해 격분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해임 사실도 트위터로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 장관과 방금 백악관에서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면서 “우리의 관계는 아주 좋았고, 그는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번 (바 장관의 사임) 서한에 따라 그는 가족과 연휴를 보내기 위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뛰어난 인물인 제프 로젠 법무부 부장관이 법무장관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 사퇴를 알리는 트위터 글에서 바 장관의 사임 서한을 첨부했다.

바 장관은 사임 서한에서 “당신이 당신의 행정부와 미국 국민들을 위해 나에게 법무장관으로 또 다시 일할 것을 요청했던 것에 대해 매우 영광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논의를 나눈 대로 나는 다음 주에 몇몇 남은 중요한 문제를 정리하고 12월 23일에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위터 내용과 바 장관의 사임 서한은 따뜻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공개적인 모습과 달리 두 사람의 관계는 심각하게 틀어졌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 장관 경질 가능성을 이미 보도했다. 바 장관은 지난 1일 AP통신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우리(법무부)는 대선에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의 헌터 수사 사실이 터져 나왔다. WP는 “바 장관이 법무부가 헌터를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대선 이전에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바 장관에게 불만을 표출해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 장관이 헌터에 대한 수사 사실을 감췄다는 보도와 관련해 크게 화를 내며 경질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 장관은 (헌터 수사를) 더 강화했어야 했다”면서 “그가 해야만 했던 모든 일은 수사를 계속하는 것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직후였던 지난 11월 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지나 해스펠 중앙수사국(CIA) 국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이 다음 살생부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