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와인 모임’ 사진을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윤 의원은 사과문을 통해 길원옥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길 할머니 측은 “생일에 윤 의원 측으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와 뉴데일리 등 일부 매체는 15일 길 할머니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족의 말을 인용해 “생일 전후로 윤 의원에게서 연락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위안부피해자가족대책협의회 한 관계자는 14일 뉴데일리에 “길 할머니 측은 윤 의원의 연락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윤 의원의 해명 글을 보고 매우 황당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의원이 전화하거나 찾아온 적도 없다”며 “여성가족부나 정의기억연대 이름으로 길 할머니 측에 돈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길 할머니 측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며 이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길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며느리 조모씨도 같은 날 조선일보에 “길 할머니 생신을 전후해 윤 의원의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는 지난 6월 정의기역연대 사태 당시 마포 쉼터를 떠나 양아들인 황선희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인천 교회로 거처를 옮겼다. 길 할머니 가족은 ‘정의연이 할머니 계좌의 돈을 동의 없이 빼갔다’는 주장을 해왔다.
윤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하는 사진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 속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건배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사진을 올리기 몇 시간 전 페이스북에 ‘잠시만 멈춰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해당 글엔 “8일 자정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되니 다 함께 잠시 멈추자”는 내용이 담겼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윤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12월 7일 월요일은 길 할머니의 94번째 생일이었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만나뵐 길이 없어 축하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며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나눈다는 것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됐다”며 해명했다.
윤 의원의 이런 해명에 네티즌들의 비난은 더욱 거셌다. “당사자 없는 생일파티가 말이 되냐” “길 할머니 나이는 94세가 아닌 92세다” 등의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길 할머니가 아닌 본인 생일 파티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윤 의원 생일이 10월 23일로 돼 있는데, 음력으로 기재했다고 가정하면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의연 홈페이지에 길 할머니 생신 파티 사진은 해마다 11월 30일에 했다는 점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에 윤 의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뉴데일리를 통해 “길 할머니 측에 연락을 안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해명 그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윤 의원의 생일은 양력 10월 23일로 (12월 7일이) 윤 의원 생일이라는 의혹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