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란표’ 없었다…선거인단 투표도 “바이든 승리”

입력 2020-12-15 07:54 수정 2020-12-15 11:14
바이든, 선거인단 306명 ‘확보’ 트럼프 눌러
선거인단 투표서 반란표 한 표도 안 나와
바이든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되겠다” 통합 강조
트럼프 대선 ‘불복’ 시도 사실상 실패로 끝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간) 미국 50개주와 수도 워싱턴DC에서 실시된 대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선거인 306명을 확보하며, 232명에 그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눌렀다.

바이든 당선인은 예상대로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기면서 대선 승리 확정을 위한 중요한 법률적 절차 하나를 마무리했다.

미국 대선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 대선 승리에 필요한 ‘매직 넘버’는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선 기준 270명보다 36명 많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얻은 것이다. 이날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지난 11월 3일 실시된 대선 결과와 일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반란표는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주에서 나온 대선 결과와 다르게 투표하는 이른바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대선 결과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남은 절차는 내년 1월 6일 열릴 미국 의회의 상·하원 합동회의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이날 실시된 주별 개표 결과를 승인하고, 차기 대통령 당선인을 공식 발표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무난하게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법적 지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설을 통해 “이제는 페이지를 넘길 시간”이라며 대선 이후 통합을 호소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어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내게 투표한 사람은 물론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앞에 긴급한 일이 있다”면서 코로나19 대처와 백신 접종, 경기침체 회복 등에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대선 선거인단들이 14일(현지시간) 주도인 덴버에 있는 주 의회 청사에서 대선 선거인단 투표를 하기 전에 선서를 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엔 9명의 선거인단이 할당돼 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콜로라도주에서 승리했다. AP뉴시스

이날 선거인단 투표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지역은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20명)·미시간주(16명)·조지아주(16명)·애리조나(11명)·위스콘신주(10명)·네바다주(6명) 등 6개주였다.

이들 6개주는 이번 대선의 최대 접전지로, 바이든 당선인이 모두 승리를 거둔 지역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이들 6개주에 소송전을 집중했다.

그러나 이들 주에서 각각 선정된 선거인단은 모두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줬다. 이탈표가 없었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 주에 할당됐던 선거인단 79명을 모두 차지했다.

선거인단 투표는 과거 대선에서는 요식절차였으나 올해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중대한 이슈가 됐다.

이날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각각 선정된 대선 선거인단은 이날 자신의 지역에서 나온 대선 결과를 바탕으로 바이든 당선인 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할당된 주는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로 55명의 선거인단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승리를 거뒀고, 이날 캘리포니아주의 대선 선거인단 55명은 모두 바이든 당선인에게 한 표씩을 던졌다.

이날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방해 시위 등이 우려됐다. 그러나 큰 혼란은 없었으나 일부 주에선 긴장감 속에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됐다.

특히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공화당 선거인단이 따로 모여 법률적 효력이 없는 데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는 투표를 실시했다. 이들 2개주에선 바이든 당선인이 모두 승리했으며, 이들 주의 공식 선거인단들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줬다.

이들 주의 공화당원들은 이번 투표를 ‘조건부 투표’라고 부르면서 법원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측이 승리하는 상황에 대비한 투표가 필요해 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미시간주에선 폭력 사태를 우려해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된 주 의회를 봉쇄했으며, 애리조나주에선 비공개 장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선거인단 투표는 미국 대선만의 독특한 제도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 투표수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가 승리하는 제도가 아니다.

한 주(州)에서 이긴 대선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전체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간접선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