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지난 14일 공식 SNS 계정에 공개한 ‘코로나로 힘드실 때 총리한테 푸세요-코로나 우울편’이 여성 비하, 동떨어진 현실 인식 논란에 휩싸였다. 총리실은 하루도 되지 않아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캡처한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총리실은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우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겠다”며 ‘코로나로 힘들 땐 총리한테 푸세요’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3컷 만화를 공개했다.
공개된 만화에는 얼굴에 뾰루지가 난 단발머리 여성이 분노하는 장면이 담겼다. “코로나 너 때문에 밖에도 맘 놓고 못 나가고 마스크 때문에 피부는 뒤집히고 어떻게 책임질 거야!” “코로나 때문에 화가 난다. 화가 나. 어디 풀 데 없나”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마지막 컷엔 정세균 총리 모습이 등장한다. 눈을 감고 서 있는 정 총리 주변에 화가 난 각계각층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이 장면에는 “모두 저에게 푸세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고 짜증 나고 우울한 마음 저에게 시원하게 푸시고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만화가 공개되자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민경제가 극한으로 몰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만화라는 것이다. 특히 자살률 급증, 고용지표 악화 등에 따라 취약계층으로 급부상한 여성의 현실을 외면한 채 고작 ‘피부 트러블’로 희화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논란이 일자 총리실은 게시 7시간여 만인 14일 오후 5시30분쯤 만화를 삭제했다.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캡처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제 파탄으로 서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고작 피부 트러블로 분노한다고?” “평소 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만화” “현 상황을 국민이 떼를 쓰고 자기들은 그거 받아주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묘사해놨다” “코로나로 20대 여성 취업률 최악, 자살률 폭등인데 그건 모르는 체하고 뾰루지로 징징대는 여자 광고 만들었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